최근 다녀온 스리랑카에서 일행을 안내한 현지인 가이드는 스리랑카의 정치상황에 대한 불만 끝에 이런 말을 했다. "스리랑카에서는 교육이나 의료 서비스가 모두 무료예요. 대학도 공짜로 다닐 수 있죠. 하지만 이런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지식인일수록 해외로 나가고 싶어하고, 절대로 돌아오지 않아요. 이런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겠어요. 늘 이 모양이죠."
엑소더스(Exodus)는 원래 구약성서의 출애굽기를 말하지만, 현재는 어떤 지역이나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일, 집단적인 이주를 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출애굽기는 BC 13세기경 이집트의 지배하에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민족이 예언자 모세의 지도하에 빠져나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엑소더스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물론 이 책이 다루는 엑소더스는 전세계 수많은 분쟁지역에서 전쟁과 학살, 인종차별을 피하려는 사람들의 행렬과는 조금 다르다. 경제적 이유만으로 부유한 나라를 찾는 경우다.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교수이자 아프리카경제연구센터 소장인 폴 콜리어는 왜 그들이 이주를 꿈꾸고, 출신지역 및 이주지역 국민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파고든다. 양국 모두에게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이주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해답을 찾기 위해서다. 전공인 경제학은 물론, 경제지리학, 사회심리학, 철학 등 여러 분야의 도움을 받는 그가 찾은 원인은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격차를 보이는 전세계적 불평등이다. 앞서 스리랑카인 가이드가 말했듯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들일수록 기를 쓰고 해외로 빠져나간다. 집안의 전 재산을 털어, 때론 악덕 브로커에게 터무니없는 빚을 지고서라도. 저자는 한 갤럽여론조사를 예로 들며, 빈곤국 인구의 40%가 여건이 된다면 부유국으로 이주하고 싶어한다고 강조한다.
"국제적인 대량 이주는 극단적인 세계 불평등에 대한 반응이다. 이 유례없는 현상에서 극빈국의 젊은이들은 다른 곳에 삶의 기회가 있음을 깨닫는다. … 하지만 이주로 불평등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는다. 경제적 수렴으로 이끄는 힘은 빈곤국을 장악한 사회 모델을 바꾸는 데 있다."(p360~361)
물론 이같은 이주가 자국의 교육열을 높이거나 해외 송금을 통해, 드물지만 귀국해 자국의 발전에 기여하기도 한다. 특히 빈곤국의 대통령이나 총리, 중앙은행장 등이 거의 예외없이 해외 유학 경험이 있다는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조금만 중장기적으로 봐도 이같은 엘리트 유출은 그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될 리 없다. 그 인력을 받아들인 선진국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필요한 노동력을 메웠지만, 공공재 확충이나 문화·인종적 충돌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피할 수 없다.
그럼 양국 모두를 위해 '엑소더스' 장벽을 높이는 것만이 답일 것인가. 콜리어 교수는 외국인 혐오와 국가주의를 바탕으로 반대하는 축이나, 다문화주의 및 세계적 불평등 해소를 주장하는 축 모두 접근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옳다' '나쁘다'가 아닌 '어디까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문제라는 것.
문제 해결에는 양 국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력 유출국 입장에서는 교육열기와 송금수혜라는 이득과 최상위 인재 유출이라는 손해 사이 적절한 상한선을 찾아야한다. 그리고 유입국은 적정 수준의 이주인구 비율을 찾아내고 이주자 선별에도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힘겹지만 이민자들의 현지 동화율을 높이는 것도.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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