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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면적의 5%만 개발했지만 남북에 4조대 경제효과 '대박'
3단계까지 확대 땐 75조 달해
'6·15 선언의 옥동자' 10년만에 분단의 한 풀어줄 버팀목으로
北 대화로 이끌어 3통·국제화 해결… 공단 활성화가 최선의 통일준비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해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켜나간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처음 손을 맞잡은 지난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6·15 공동선언' 5개 항 중 4항의 첫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남북관계 파탄 속에 한반도 경제의 지속적 발전은 답보 상태지만 6·15의 옥동자인 개성공단은 가동 10년을 훌쩍 넘기며 분단 70년의 한(恨)을 풀어줄 버팀목으로 성장했다. "남북경협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개성공단에 있다"는 평가 속에 한민족 5만4,000여명이 함께 땀 흘리며 시범적 통일의 작은 무대를 일구고 있다.
사업은 돈이다. 경제학의 기본인 비교우위를 살려 남측 자본과 기술, 북측 토지와 인력을 결합해 탄생한 개성공단은 2004년 12월 리빙아트가 냄비를 첫 제품으로 출시한 후 연간 5억달러 이상의 생산액을 기록할 만큼 성장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개성공단 개발로 10년간 남측은 32억6,000만달러, 북측은 3억8,000만달러 등 총 4조원 이상의 직접적 경제효과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전체 개발면적 29.8㎢(총 2,000만평) 중 3.3㎢, 약 5%만 개발된 상황에서 이룬 성과다.
공단 입주업체 125개사 중 상당수가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개성공단기업협회와 거래소에 따르면 공단에 입주한 상장사 10곳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0년간 각각 116.8%, 143.2% 증가했다. 태광산업과 한국단자·자화전자·로만손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순이익 모두 매년 두자릿수 이상 늘었고 쿠쿠전자는 지난해 기업공개에 성공하며 시가총액 1조7,000억원대 스타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공단에 입주한 섬유업체들이 출시한 공동브랜드 '시스브로(SISBRO)'는 지난해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시 공식 지원의류로 채택되는 등 젊은층에 돌풍을 일으키며 특근과 야근으로 공단의 밤을 밝히고 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공단 개발이 3단계까지 확대되면 입주사가 2,000개에 달하며 총 686억7,000만달러(75조원)의 경제효과를 남북에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0년 5·24 제재 이후 남북 간 일반 및 위탁교역이 중단돼 연간 교역액 20억달러가량, 사실상 전부를 개성공단이 떠맡은 것은 물론 사회주의 북한에 시장경제 학습효과를 제공하며 남북 경제공동체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역할도 공단이 하고 있다. 앞서 개성공단 조성으로 북측은 수도권을 겨냥한 장사정포 부대를 후방으로 약 10㎞ 이동한 바 있다. 공단의 전력공급을 맡고 있는 한국전력 관계자는 "개성에서 5만명 넘는 북측 노동자와 많을 때는 1,000명 가까운 남측 인력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족구와 초코파이로 우정을 다지는 모습을 보면 '통일은 이런 거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고 전했다. 독일의 대표적 한반도통 중진인 하르트무트 코쉬크 연방의원은 수차례의 개성공단 방문 경험을 떠올리며 "북측 인사들도 공단을 처음 방문하면 깜짝 놀라곤 하는데 시설이나 환경이 북측 다른 지역에선 볼 수 없는 최신식이기 때문"이라며 "개성공단은 가장 좋은 통일준비"라고 평했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2010년 이후 정체 속에 위기를 반복해 겪고 있다. 3통(통행·통관·통신)의 원활화는커녕 5·24 대북 제재로 추가 및 신규투자의 문이 닫혔고 급기야 2013년 5개월여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경영난 속에 공단 내 중소업체 한 곳이 처음 폐업을 했고 임금 인상을 원하는 북측과의 갈등은 진행형이다. 입주업체들은 물론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공단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남북 간 정치·군사 문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정경분리' 원칙의 확립을 꼽고 있다. 코쉬크 의원은 "독일 기업들에 입주를 적극 권유하는데 진출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마지막까지 망설이는 이유가 경제외적 변수로 경영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라며 "기업인이라면 가장 싫어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유럽연합(EU)·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특혜관세 혜택까지 누리며 개성공단이 국제화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도 '정경분리' 속에 남북 간 대화로 3통 원활화와 5·24조치 해제를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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