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한 것은 미국 경제가 물가압력이 제어된 가운데 완만한 성장을 이어가는 ‘연착륙 국면’에 진입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주택경기 냉각에 따른 가파른 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누누이 강조하며 금융시장을 긴장시켰던 FRB가 성장과 물가에 대한 ‘시각교정’에 들어간 모습이다. 월가(街) 전문가들은 물가압력에 대해 강박관념을 보였던 FRB의 기존 매파적 입장이 크게 줄어들었고 향후 성장전망도 낙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는 만큼 FRB가 당분간 통화정책을 바꾸지 않고 현 수준에서 상당 기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지표 탄탄=FRB는 31일 성명서에서 “최근 지표들이 더 탄탄한(firmer) 경제성장을 제시하고 있으며 주택경기도 일시적인 안정신호(stabilization)를 보이고 있다”며 이전의 비관적인 성장전망에서 돌아섰다. 무엇보다 경기둔화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졌던 주택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실제 지난 2005년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둔화된 신규 주택판매는 지난해 11월부터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11월 3.4%의 증가율을 보인 신규 주택판매는 12월 4.8% 급증한 연율 112만채를 기록했다. 기존 주택판매도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0.5%, 0.6% 증가하는 등 개선신호를 보이고 있다. 주택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위축과 생산감소로 성장률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설득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날 미 상무부는 지난 4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5%로 나타나 지난해 전체 GDP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인 3.0%를 크게 웃도는 3.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FRB의 경기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압력 완화=FRB의 가장 큰 두통거리였던 인플레이션 우려가 줄어들었다고 FRB가 자체 진단했다. 이날 성명서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최근 몇 달 동안 완만하게 개선됐으며 앞으로 물가압력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 12월의 성명서에서 “근원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져왔다”고 언급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FRB 위원들이 물가압력이 여전히 상존하며 FRB의 최우선 과제는 물가 잡기라고 목청을 높인 것과 비교하면 물가압력을 바라보는 FRB의 우려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FRB의 통화정책에서 그동안 득세했던 매파적 입장이 다소 힘을 잃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지표상으로도 물가압력 완화가 확연히 드러난다. 국제유가 하락에 힘입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9월부터 안정된 모습을 보이면서 지난해 전체로는 2.5% 오른 것에 그쳐 2005년의 3.4%를 크게 밑돌았다. 대부분의 월가 전문가들도 현재 성장둔화 국면에 진입한 미국 경제가 단기간에 회복국면으로 반전되지는 않더라도 주택경기와 소비가 연착륙에 성공하면서 완만한 개선조짐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압력 사이에 불편함을 느꼈던 FRB가 균형감각을 찾은 만큼 FRB가 금리동결을 오랫동안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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