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발 신흥국 금융불안이 지난 1997년처럼 동시다발적인 위기로 확산될지를 놓고 월가가 팽팽하게 맞섰다. 일부는 한국·멕시코 등 펀더멘털이 탄탄한 신흥국에는 오히려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등 차별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는 반면 한편에서는 모든 신흥국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며 위기가 전염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로이터는 27일(현지시간) "지금 글로벌 금융시장의 양상은 아시아, 러시아, 남미 국가가 도미노 국가부도 사태에 빠졌던 1997년과 비슷하다"며 "투자가들이 패닉에 빠질 경우 터키·아르헨티나 등의 위기가 상대적으로 경제가 탄탄한 멕시코·폴란드 등으로 옮겨붙을 것"이라고 전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베노이트 안네 신흥시장 수석 전략가도 "신흥국 전반으로 금융위기가 전염되는 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지금 당장 모든 신흥시장 자산을 팔아라"라는 극단적인 경고를 내놓았다.
로이터는 동반 위기 가능성이 큰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현재 신흥시장에 들어간 선진국 자금이 1990년대 중반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자금유출의 충격도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외국인 직접투자, 주식·채권 투자 등을 모두 포함한 신흥국 유입자금은 7조달러에 이른다. 2010년 이후 신흥국 기업들이 이전과 달리 상대적으로 장기자금인 은행 대출이 아닌 해외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도 뇌관이다. 2008년이나 지난해 사례에서 보듯 회사채는 헤지펀드 등 핫머니가 수익성 유지를 위해 순식간에 청산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로이터는 신흥국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린 글로벌 자금은 개별 국가의 펀더멘털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신흥국에 들어갈 때는 신용도 등을 선별하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개별 국가의 이름은 까먹고 무차별적으로 던지는 게 금융시장의 속성"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르헨티나 사태 등이 1997년처럼 전면적인 신흥국 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00억달러 정도의 추가 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게 그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즉 연준이 최근 신흥국 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 붕괴로까지 발전할 것으로 판단했다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날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존 히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신흥국 주식 펀드에서 총 24억달러가 유출됐지만 지난해 여름 연준의 테이퍼링 시사로 빠져나갔던 자금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남미에서는 순매도 속도가 줄었고 유럽·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순매도 규모가 약간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