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층의 호평을 받았던 ‘감각의 박물관’(2004년), ‘인간 없는 세상’(2007년)의 저자 다이앤 애커먼의 신작이 출간됐다. 미국의 저명한 출판상인 ‘2008 오리온북 어워드’를 수상한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인종차별 정책에 굴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고 300여명의 인명을 구했던 폴란드 출신인 동물원장 얀과 안토니나 자빈스키 부부의 실화를 소설적으로 재구성한 역사 논픽션이다. 나치의 희귀 동물들에 대한 집착을 역이용해 위기에 처한 유대인을 구했던 그들의 영웅적인 행동에 감명을 받은 저자는 자빈스키 부부에 관련된 자료와 박물관에 전시된 문서를 섭렵해 1939년 그때로 시계바늘을 돌려놓았다. 저자는 안토니나 자빈스키의 일기와 자료를 토대로 동물원장의 아내로서 가족은 물론 동물과 ‘손님’을 돌보았던 당시 일상을 재현해냈다. 손님은 다름아닌 비밀리에 활동하던 지하운동조직원과 유대인 도망자였다. 손님들은 어느 동물 우리에 숨었느냐에 따라 다른 암호명이 붙었다. 표범 우리에 숨은 사람들은 ‘표범’, 코끼리 우리에 숨은 사람들은 ‘코끼리’로 불렸다. 책 제목 ‘미친 별 아래 집’은 동물원을 지칭하는 손님들의 암호이기도 하다. 원제목(The Zookeeper’s Wife, 동물원장의 아내)보다 한국판 제목이 낫다는 평가다. 책은 유대인, 슬라브족, 집시, 가톨릭교도 등을 말살시키기 위해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던 나치가 동물은 고귀하고 신비로운 존재 혹은 천사 같은 존재로 대접했던 모순을 폭로한다. 저자는 진귀한 동물을 모으고, 멸종된 동물의 순수 혈통을 복원해 내는 등 유난히 동물을 아끼면서 지구 생태계마저 멋대로 바꾸려 했던 사실을 부각시켜 나치즘의 위험한 야심과 망상을 고발한다. 다방면에 걸친 풍부한 지식과 교양을 문학적 상상력 넘치는 화려한 문체에 담아내는 그의 작품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이번에도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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