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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전과 실패 두려워 출발 못하는가

■ 제로 (호리에 다카후미 지음, 크리스마스북스 펴냄)

7년만에 급성장… 벤처 창업

증권법 위반 감옥행… 출소 후 우주여행 사업 진행


오른쪽 사진 일본의 벤처영웅 호리에 다카후미

어차피 출발선은 모두 제로
곱하기 비법 없어… 더하기 뿐
하루·1시간을 전력질주 하라


산간마을 평범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썩 특별하지도 않았던 소년이 단번에 일본 최고의 대학인 동경대에 들어간다. 은행 대출을 받아 아직 학생이던 1996년 23세 나이로 IT 벤처업체 '온더엣지'를 설립한다. 회사는 3년 만에 매출 25억 원을 올리고, 다음 해 증권시장에 상장된다. 이후 매년 매출을 2배 이상 증가시키며 2003년엔 1,000억 원을 달성한다. 일본 벤처업계의 총아로 시선을 모았던 호리에 다카후미 이야기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적당히 접고 은퇴할까.

호리에는 돈 벌었다고 은퇴하겠다는 발상은 기본적으로 일이 싫기 때문에 나오는 거라고 말한다. 돈은 진정한 노동의 대가로 벌어야 하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노동이라는 미명하에 그저 시간을 때우면서 돈을 받고있다고 지적한다. 그저 시스템의 한 부품처럼 수동적이어서는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너무 먼 곳을 바라보지 말고 '오늘이라는 하루' 혹은 '눈앞에 있는 1시간'을 100m 달리기처럼 전력으로 질주하라'고 충고한다.

그는 그런 설득력 있는 경력을 보여준다. 그가 정말 일본을 놀라게 한 건 벤처기업가로서 성공한 이후의 엉뚱하기까지 한 행보다. 2004년 회사 이름을 '라이브도어'로 바꾼 그는 55년 전통의 야구단 오사카 긴테쓰 버팔로스 인수를 시도하고, 2005년엔 닛폰방송 최대주주가 돼 후지TV에 대한 적대적 M&A(인수합병)를 선포한다. 이어 가을엔 고이즈미 총리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본 중의원 선거까지 출마한다.

그리고는 극적인 반전. 영화처럼 '해피 엔딩'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2006년엔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5년여 재판에 끌려다닌다. 결과는 2년 6개월 징역 판결. 회사는 날리고 졸지에 감방 신세가 됐다. 고작 10년이었다. 그저 젊다는 것 외에 손에 쥔 게 없던 시절에서 벤처계의 총아로, 다시 빈털터리가 되기까지 정확히 10년이 걸렸다.



허공에 붕 떴다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시간에 회한이 왜 없을까. 하지만 그는 담담하게 '다시 제로가 됐을 뿐'이라고 말한다. 가졌던 것을 잃었을 뿐, 마이너스는 아니기 때문이다. 어차피 출발선에서 모두는 '제로'다.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도 이미 안다. 그보다 무서운 일은 손에 쥔 걸 잃을까 두려운 나머지 앞으로 단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것이다."

이미 50여 권의 저술을 내놓았던 그는 이 책에서 이례적으로 자신의 성장사를 털어놓는다. 그리 넉넉지도 특별하지도 못했던 학창시절과 그를 옥죄고 있던 컴플렉스까지 고백한다. 그렇게까지 털어놓는 그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어차피 대부분 사람들이 출발선에서는 모두 '제로(0)' 상태다. 빠르고 안전하게 성공하는 '곱하기'식 비법은 없다. 제로인 상황에 무엇을 곱해도 제로다. 하나하나 쌓아가는 '더하기',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여 성공에 닿는다. 시작도 하지 않고 할 수 없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 불가능한 이유보다 가능한 이유만을 생각하고 실행해야 한다. 지금 서 있는 경기장의 규칙이 불리하다면 밖으로 뛰쳐나가면 된다. 나만의 규칙과 방법으로 승부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자유와 책임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 스스로 책임을 짊어질 때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다. 그에게 일이란 이런 의미가 담긴 행위다.

그런 그가 지금 하는 것은 민간 우주여행사업. 현재 7,000만 달러인 우주여행 비용을 100만 달러로 낮추겠다는 게 목표다. 뜬금없지만 자신만만하다. 미국이 버린 우주여행 산업을 러시아가 독점하니 가격이 비쌀 뿐이라고 말한다. 민간이 뛰어들어야 가격이 내려가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우주를 여행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믿는다. 그리고 자신이 그 인프라를 깔고 있고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부모에게서 물질·정신적으로 완전한 자립을, 죽음과 외로움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라고 강조하는 이 남자, 일본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와 똑 닮은 생각을 하는 이 남자가 다시 만들어낼 신화가 기대된다.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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