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윤의 백18은 일단 천천히 가겠다는 의사 표시라고 볼 수 있다. 흑19로 지키기를 기다려 20으로 벌린 데까지는 예정된 수순. 흑19로 20 방면에 협공하는 것은 백이 원하는 것이다. 얼른 좌하귀의 삼삼에 붙여서 귀의 실리를 접수할 작정이다. 우하귀에 이미 짭짤한 실리를 확보한 터에 좌하귀마저 빼앗게 된다면 백이 실리로 크게 앞서는 바둑이 될 것이다. "깜짝 놀랐습니다."(유창혁) 백24로 쳐들어간 수를 보고 유창혁이 타이젬 생중계 사이트에 올린 멘트. 보통은 참고도1의 백1, 3으로 젖혀잇는 것인데 강동윤은 상대방의 눈이 되는 급소 자리를 선점하고 나선 것이다. 이도윤기자(이창호9단과 거의 약혼 단계에 간 그 사람이다)가 월간'바둑'에 썼던 기사가 생각난다. '강동윤은 무조건 상대방의 눈을 확 후비고 보는 바둑이라고 프로들이 말한다. 이창호는 상대방더러 길없는 사막길을 함께 가자고 하는 바둑이고….' 백24는 상당히 유력한 수였다. 우선 흑은 일단 25로 밀게 되는데 백으로서는 26으로 힘차게 뻗는 수가 기분좋다. 흑31까지의 절충은 거의 필연인데 강동윤은 이 진행에 만족하고 있다. 흑이 백26의 수순을 제공하기가 정말로 싫다면 참고도2의 흑1로 그냥 내려서야 한다. 그때는 백2가 형태의 급소가 되며 4로 붙여 넘는 바둑이 될 것이다. 흑은 3, 5로 행마하게 될 터인데 흑3의 행마가 어쩐지 옹졸해 보인다. 역시 실전보의 진행이 필연이었던 모양이다. 백32는 좌하귀의 백18과 똑같은 감각의 걸침이다. 흑에게 갈등을 주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