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올해로 만 50세가 됐다. 골프에서 50세부터는 '시니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시니어 투어에서 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시니어 투어에선 '싱싱한' 50세 선수에게 우승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것이 사실. 하지만 유럽프로골프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49세337일)을 작성한 히메네스는 올해도 조카뻘 선수들과 경쟁할 계획이다. 10일(한국시간) 남아공 더반CC에서 시작된 유럽 투어 2014년 첫 대회 볼보 챔피언스에 출전한 히메네스는 "며칠 전 50세 생일을 보냈지만 거울 속의 나는 예전 그대로다. 지금도 골프를 잘 치며 샷 거리도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곱슬곱슬한 장발은 여전히 생기가 넘치고 골프 실력은 해가 갈수록 오히려 늘고 있다. 히메네스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승 중 13승 40세 이후 수확=연습장 볼보이와 캐디로 일하던 히메네스는 스페인 골프의 전설 세베 바예스테로스(타계)에게 반해 15세 때 골프에 입문했다. 유럽 투어 첫 승은 28세 때인 1992년. 유럽 투어 통산 20승을 쌓았는데 이 가운데 13승이 40세 생일 이후에 나왔다.
지난달 홍콩오픈 연장 우승으로 자신이 갖고 있던 유럽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1년 연장한 히메네스는 올해는 라이더컵(미국-유럽 남자프로골프 대항전) 유럽팀 최고령 출전 기록 경신마저 바라보고 있다. 현재 기록은 1927년 테드 레이의 50세2개월5일. 라이더컵은 9월 스코틀랜드의 글렌이글스GC에서 열리며 히메네스는 이대로라면 출전 가능성이 있다. 1999년과 2004·2008·2010년에 이어 4년 만이자 5번째로 유럽 대표로 나서는 것. 2012년 유럽팀 부단장을 맡았다가 2년 만에 다시 선수로 복귀하는 것이다. 히메네스는 "높은 수준의 골프를 유지하는 게 어렵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선수로든 부단장으로든 유럽팀의 승리를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리오하 와인·쿠바산 시가·스키=히메네스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면 그의 시간이 거꾸로 가는 이유가 더욱 신기하다. 그는 리오하(스페인 유명 와인 산지) 와인을 물처럼 마시고 쿠바 아바나산 시가를 달고 산다. 하루 4~5개의 시가를 태우지만 아직도 그의 집에는 수백 개가 보관돼 있다. 우승 뒤 한 손엔 와인을, 다른 한 손엔 시가를 들고 자욱한 연기를 배경으로 사진에 찍히는 모습은 더는 당황스럽지도 않다. 연습 라운드나 프로암 대회, 기자회견 때도 히메네스의 입엔 항상 시가가 물려 있다. 그는 "좋은 와인과 시가, 맛있는 음식과 위스키는 마시고 먹으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동차에도 밝아 별명이 '미케닉(정비사)'인 히메네스는 빨간색 페라리를 몬다. 좋아하는 것은 마음껏 좋아하는 건강한 생활 습관이 '회춘'의 원동력인 셈이다.
히메네스는 2012년 말 좋아하는 와인과 시가, 페라리와 이별할 뻔했다. 크리스마스에 스페인에서 스키를 타다 추락 사고를 당한 것. 오른쪽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부상으로 5개월을 치료와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히메네스는 "스키를 배울 때부터 위험한 운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부상 정도와 나이를 생각할 때 투어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히메네스는 아무렇지 않게 돌아와 지난달 유럽 투어 20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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