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문화의 달'이라 그런지 발레단 자체공연은 물론 다양한 공연을 즐길 기회가 많다. 공연을 보러 갈 때마다 자주 느끼게 되는 것 중에 하나는 공연장 관람 매너의 개선이다. 공연, 예술가들의 수준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 아직 관람매너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공연이 시작된 뒤에 들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작품 초반에 몰입도가 떨어지고 객석 바닥이 나무로 돼 있는 공연장에서는 발자국 소리 때문에 무대 위에서 공연을 펼치는 이는 물론 다른 관객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
뭇 사람들 중에는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단 한 번도 무대를 올려다보지 않고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이가 있는가 하면, 수시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려 불빛이 새어 나오게 해 주변 관객들이 공공연히 시선을 빼앗기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작은 배려의 부재가 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안타까운 풍경이다.
공연장에서의 씁쓸함과 비슷한 느낌을 이사철이 한창인 요즘 출, 퇴근길 골목에서도 자주 느낀다. 평상시처럼 길을 나서다가 갑자기 골목 안쪽에 큰 트럭이 서있어 당황해 하는 일이 종종 있다. 골목 입구에 안내 표지판을 세워주거나 짐을 싣고 내리는 동안만이라도 안내를 해줘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불편함에 대해 관심조차 없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지난 겨울 첫눈 오는 날, 가까운 지인이 늦은 밤 귀가 길에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언덕길을 올라가기 위해 속도를 내던 차량이 언덕 위에 제설차량을 발견했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가 제설차량의 뒤를 들이받아 사고를 당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오르막에서 바로 내리막으로 바뀌는 언덕구조도 문제였지만 1km 전방에서라도 제설 작업 중이라는 표식이나 안내문이 있었더라면 이런 비극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도심 내에서도 공사하는 장소 바로 코 앞에 당도해서야 당황하며 차선을 바꿔야 하는 경우가 정말 비일비재하다. 하수도, 상수도, 신호등, 차선도색공사, 가로수정리 등 특히 가을철엔 유난히 크고 작은 공사들이 많다. 공사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시행사에서 안전과 편의를 위한 안내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같은데, 대부분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TV 드라마 속 한 장면에서'입장 바꿔 생각하자'라는 가훈이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으레 일상생활에서 자주 듣고 쓰는 말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그냥 그렇게 넘길 말이 아닌 것 같다. 쉽게 듣고 내뱉는 말이지만 늘 당연한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단 오늘 하루 만이라도, 나로 인해 다른 어느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은 불쾌감을 안겨주지 않도록 배려의 씨앗을 가슴 한 켠에 품어 보는 것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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