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가하락 등의 영향에 따라 엔화가 일시적으로 강세로 돌아섰지만 이마저 반짝 현상에 그치리라는 게 중론이다. 일본은행도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내년 물가상승률 2% 달성이 쉽지 않을 경우 세 번째 돈 풀기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엔화약세 추세가 더 강해지고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부진하면 (아베가) 엔저 기조를 계속 몰아붙일 것"이라고 진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많은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엔·달러 환율이 이달 말에는 120엔 수준, 내년에는 125엔선으로 오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았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가뜩이나 불안한 한국 경제의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질 게 분명하다. 대기업들은 그나마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힘을 통해 어느 정도 버틸 만하지만 중소 수출기업들은 이미 한계상황에 직면한 곳이 많다. 15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지수가 한때 1,900선이 붕괴되는 등 출렁인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의 예상과 달리 재정악화로 오히려 엔화약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일본 정부가 확장적 통화정책에 따른 재정부담을 느끼고 있어 엔화약세가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에서도 엔화 움직임의 양방향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렇듯 부정·긍정적인 면이 교차하는 만큼 엔화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한발 빠른 대응책을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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