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가 넘는 고금리의 그림자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던 중국의 중소도시 정부와 기업들이 원금은커녕 이자를 갚을 수 없는 상황에서 다시 그림자금융에 손을 벌리고 있다. 부풀 대로 부푼 그림자금융 버블은 이미 터지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 전문가인 앤디 시에(사진) 전 모건스탠리 아태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8일 서울 명동 금융연구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림자금융 부실은 지난 1998년 중국의 은행 부실 사태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중국 은행들은 마구잡이로 대출을 늘리면서 신용버블이 생성됐고 은행권의 부실대출 비율이 40%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1998년 결국 중국 정부는 지급준비율을 대폭 내리고 구제금융 투입과 배드뱅크 설립을 통해 금융부실을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시에는 "지금 그림자금융의 부실비율도 1990년대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중국 정부가 은행의 신용팽창을 억제하자 지난 수년간 신탁회사 등 비은행 부문에서 급성장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40조위안 수준으로 부풀었다. 시에는 "이번에도 지방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하면 이를 처리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구제금융을 실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파산하는 일은 없기 때문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경제붕괴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림자금융이 만들어낸 부동산 버블 붕괴도 중소도시뿐 아니라 대도시까지 전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가 토지를 팔아 세수를 확보해야 했기 때문에 부동산 버블을 조장했다"며 "경기둔화로 물건을 팔아 이익을 못 남기는 기업들은 그림자금융으로 돈을 융통해 공장을 돌린 게 아니라 토지에 투자했고, 결국 지난 몇 년간 경제 전체가 투기를 통해 성장한 셈"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조금이라도 부동산 시장 냉각조짐을 보이면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아 다시 투기를 조장하고 이는 다시 버블을 생성하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며 "이 같은 구조는 이제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에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중국 경제를 지탱해온 지방정부의 지출이 한계에 다다랐고 부동산 활황이 끝을 맞음에 따라 중국의 경기는 냉각 국면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적어도 5년간은 구조조정과 저성장 국면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GDP 성장률이 7%후반대 성장을 기록한 2012~2013년보다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GDP 숫자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장 믿을 만한 실물경기 지표로 전력소비 증가율을 제시하며 올해는 전력소비 증가율이 4%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수년간의 구조조정을 거치면 중국 경제가 장기 성장을 위한 개혁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역설적이지만 나는 지금의 중국 상황이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중산층 성장과 부정부패 청산, 버블 제거 등을 통해 오는 2030년에는 1인당 GDP가 2만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에는 수년 전부터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경고해온 대표적인 중국 경제 비관론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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