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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2월 19일] 산고인가 파국인가
입력2010-02-18 18:40:12
수정
2010.02.18 18:40:12
신경립 기자
"더 이상은 상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골목상권을 파고드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무차별 확장에 맞서 중소상인들이 끝내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섰다. 칼바람이 유달리 매서웠던 18일 여의도 국회 앞, 이들은 SSM 허가제 도입을 위한 법개정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사업조정을 통한 대기업의 출점 자제권고에도 불구하고 SSM 진출이 수그러들지 않자 중소상인들의 원망은 대기업을 넘어 법적 규제에 선뜻 나서지 않는 국회로 향하고 있다. 그동안 간간이 이어져오던 중소상인과 대형 유통업계 간 대화는 이미 단절된 상태다. 한 건물을 쓰는 소상공인단체연합회와 체인스토어협회의 고위층 간 논의를 겸한 식사자리도 지난해 말을 끝으로 잡히지 않고 있다.
갈등 끝에 극단적 노선을 택한 것은 유통업계뿐만이 아니다. 중소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가액은 크지 않지만 영세 중소업체들이 소송 행렬에 대거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키코 기업들과 은행권의 마찰은 형사소송으로까지 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소송에서 재판부가 은행 손을 들어주자 키코 기업들은 은행 담당자들에 대한 형사소송을 결의한 데 이어 장외투쟁도 불사하고 나섰다.
올해 들어 중소업계에 짙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갈등의 불씨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면서 산업계의 화두인 '상생협력'은 자취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지난해가 살아남기에 급급한 한 해였다면 올해는 상생이 매우 중요하다"며 "동반 성장을 위한 상생협력을 위해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중앙회장이 뜻하던 것은 아니겠지만 방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 궁지에 몰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는 새해 들어 분명 커진 듯하다. 문제는 이들의 목소리와 날 선 대립구도가 서로 건널 수 없는 갈등의 골을 더 깊게 파놓을지 상생문화 조성을 위한 극약처방 역할을 하게 될지의 여부다.
모쪼록 지금 겪는 갈등의 시간이 상생의 열매를 맺기 위한 산고의 고통으로 모두에게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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