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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이제 '안전' 비용 치를 때다


바야흐로 예산 철이다. 정부가 발표한 여러 정책들이 실제로 집행될지 또는 공치사에 그칠지 정부 예산안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직접적인 관계자는 아니지만 관심을 갖게 된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올해는 특히 '안전'이라는 키워드가 부각되고 있다. 사고 직후 정부는 물론이며 언론에서도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제 그 약속이 이행될지 지켜볼 따름이다.

안전사고에는 자연재해와 교통 또는 화재 등 시설물 사고가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설의 물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그동안 충분한 투자가 이뤄져 사회기반시설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 하더라도 노후시설에 대한 유지보수는 지속돼야 한다. 보다 안전한 대체 시설 건설이 됐든 기존 시설의 개량이 됐든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시설물의 안전이 담보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재정운용계획이나 공약가계부를 보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017년까지 매년 2조원 정도의 감축이 예정돼 있다. 안전을 위한 충분한 투자가 가능할지 걱정이다. 새로운 경제팀 출범과 함께 경제정책과 예산편성 방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SOC 예산 감축 추세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SOC 예산 자체를 늘리기 어렵다면 공공질서 및 안전 분야 등 다른 항목을 반영해 안전 관련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안전·복지·대중교통 등 생활형 SOC에 대한 투자는 그 자체로서도 의미가 있지만 고용창출·내수증진 등 국민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안전을 위한 예산 확보도 중요하지만 집행 과정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단가 후려치기, 기술이나 품질보다 가격을 중시하는 최저가낙찰제도 등은 지나친 저가 투찰을 유도하며 부실시공·안전경시 풍토를 조성하고 있다. 시설공사 낙찰률이 70% 수준에 머물고 심지어 시설물 안전점검 용역은 정부 고시금액의 절반에 낙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공사비가 깎이면 시설물 안전과 함께 또한 현장인력의 안전사고도 우려된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따르더라도 적정공사비가 보장되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예산과 제도가 마련돼도 의식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안전을 위한 국가적 시스템이 마련됐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는 시설의 유지보수 또는 운영 효율화보다는 신규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예산의 제약을 감안해 하드웨어에 치중하기보다 효율화에 초점을 맞춘 소프트웨어 개선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한 인식의 전환은 안전을 대가 없이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므로 관련 기준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과연 그에 수반되는 지출을 뒷받침할 의지가 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제 슬픔·분노·격론의 시간은 지나갔다. 안전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가장 상식적인 원칙이 지켜지는지 예산편성 과정을 냉정히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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