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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3월3일] 차산업 지원은 못할망정
입력2009-03-02 15:47:35
수정
2009.03.02 15:47:35
[기자의 눈/3월3일] 차산업 지원은 못할망정
박태준 기자 june@sed.co.kr
“올해는 아무래도 경찰이 낡은 차량을 교체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며칠 전 만난 완성차 업체의 한 법인영업 담당자는 불쑥 이런 말을 꺼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요즘처럼 어려울 때 어떻게 5년 무이자 할부로 차를 팔 수 있느냐”며 “차 값도 엄청 할인해주는데…”라고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사연은 이렇다. 공공기관의 물자를 구매하는 조달청은 예년처럼 올해도 112순찰차를 대량 구입하기 위해 최근 입찰공고를 냈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응찰하지 않아 두 차례나 무산됐고 아직 재공고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찰청이 조달청을 통해 구매하려는 순찰차는 1,600㏄급 승용차 634대. 판매 부진이 심각한 요즘 완성차 업체들이 준중형 승용차 600여대를 한번에 팔 수 있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청이 제시하는 구매 조건을 업체들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차량 대당 추정 가격을 1,288만원으로 책정했다. 같은 사양의 일반 승용차보다 20% 정도 싼 가격이다. 게다가 정부는 대금도 5년 동안 1년에 한차례씩 5번에 걸쳐 분납하면서 할부이자는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조건인 셈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제까지 관용차량으로 자사 차량을 대량 공급했을 때 발생하는 홍보효과 등을 감안해 판매 가격을 낮추고 무이자에 따른 금융비용까지 감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경영악화로 예전과 똑같은 구매 조건으로는 정부 측에 자동차를 납품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아 정부 당국이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공공기관의 자동차 구매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노후차량 교체시 인센티브 지급 등 적극적인 지원책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보다 먼저 공공기관의 자동차 구매 조건 개선 등 손쉬운 것부터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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