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건설업계에서 관리(management)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외 건설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실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물론 성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외연을 확장하는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공통된 고민이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건설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의 경영화두를 '관리 경영'으로 꼽았다. 국내 건설 경기는 물론이고 해외 건설 부문에서도 경쟁이 심화되고 수익성 저하가 우려되자 성장보다는 관리로 경영의 무게추가 기울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관리경영은 건설업체마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을 이끌어왔던 기존의 사업 프로세스와 조직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는 데는 맥을 같이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영업 부문과 기술개발 조직을 재정비하고 글로벌 품질관리체계를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삼성물산 역시 전사 경영 시스템을 정비하고 대형 공사의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우건설도 '효율성 혁신(Efficiency Innovation)'을 올해 주요 경영 과제로 삼고 정보기술(IT)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사업 리스크를 낮추는데 전력을 기울이기로 했으며 GS건설 역시 사업수행능력 강화를 위해 해외 거점지역인 동남아ㆍ중동에 공무·구매 지원조직을 신설하고 수행 부문을 밀착 지원하기로 했다.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은 "효율성 혁신을 통해 프로젝트의 견적·입찰·계약·시공·준공의 전체 사이클을 효율적으로 관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수익성 제고도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규모의 경제' 대신 원가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또 가격만으로는 중국이나 인도ㆍ터키 등 건설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신시장 개척 등 비가격 전략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김윤 대림산업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비가격 전략을 구사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건설업체 최고경영자의 신년사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은 그동안 기업 성장의 기준으로 삼았던 매출과 수주 목표액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의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무게를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전환과 핵심 기술 확보 등이 올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현대건설은 자원개발연계사업, 물환경 수처리, 그린스마트빌딩, 철강플랜트, 원전성능개선사업, 민자발전사업 등을 6개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는 한편 핵심 기술력을 확보해나가기로 했다. 대림산업은 국내외 민자발전과 석유화학플랜트 등 개발형 투자사업 분야를 강화하기로 했으며 삼성물산도 그동안 공들여왔던 민자발전·헬스케어 등 신사업 성과를 올해 안에 이루기로 했다.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은 "고객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프리마케팅을 통해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확장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