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고유가를 타고 치솟던 중동 증시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투기성이 강한 사우디 자금이 주가하락을 예상해 손을 빼고 있는데다, 일본의 금리인상 현실화에 따른 ‘엔캐리트레이드(Yen Carry Trade)’철수로 낙폭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현지시간) AFP 등 주요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3대 증시 가운데 하나인 두바이 증시가 이날 하루 동안 무려 11.71% 폭락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증시도 4% 안팎의 급락세를 보였다. 두바이 증시는 지난해 11월9일 1,267.32로 최고가를 기록한 후 4개월만에 611.86로 떨어져 이미 반토막이 났다. 사우디 증시는 지난 2월6일의 최고가에 비해 27.7%, 쿠웨이트 증시는 2월7일 최고가에서 16.5% 떨어졌다. 중동 증시가 이렇게 폭락하는 것은 단기급등에 따른 증시 과열 우려로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증시는 지난 2001년 이후 고유가 행진으로 인한 풍부한 자금 덕분에 6~7배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77개 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지난해 상승률 순위 10위권 안에 중동 증시가 8곳이나 꼽히기도 했다. 도이체방크의 킹스밀 본드 이머징마켓 전략분석가는 “중동지역처럼 시장이 지나치게 급성장했을 때 투자자들은 탐욕에서 공포로 심리가 옮아간다”고 지적했다. 증시 하락 조짐이 보이자 사우디 자금이 최근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압둘아지즈대학 알리 다카크 경제학교수는 “풍부한 자금력을 지닌 사우디 투자자들이 자국 증시에서 입은 손실을 메우기 위해 이집트나 요르단 등 각국 증시에서 자금을 빼내면서 연쇄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일본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캐리트레이드 청산으로 이어지면서 중동증시를 패닉상태로 몰아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도쿄시장에서 10년물 장기국채 금리가 1.7%을 기록, 전일대비 0.025%포인트 상승하는 등 일본의 조기 금리인상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자 렉스 칼럼을 통해 “최근 터키에서 두바이 증시까지 나타나고 있는 이머징마켓의 투매현상은 캐리트레이드의 청산 우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과열된 다른 시장에서도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쿠웨이트 금융분석가인 알리 알-니메쉬는 중동증시의 급락현상이 ‘장기 조정’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각국 주가지수는 조만간 반등해 장기 조정국면에 돌입한 것”이라며 “약세장이 앞으로 2년정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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