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시행에 따른 조치이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진보 교육감 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와의 충돌을 우려하고 있다.
교과부는 이달 말까지 초ㆍ중ㆍ고교가 개정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근거해 학칙을 제ㆍ개정했는지 파악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8일 17개 시도 교육청에 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실태조사는 시행령 시행 이후 첫 조치다.
조사는 시행령이 규정한 ▦두발ㆍ복장 등 용모에 관한 사항 ▦교육목적상 필요한 학생의 소지품 검사 ▦전자기기 사용 등 학교생활에 관한 사항을 학칙에 구체적으로 기재했는지를 파악한다. 학칙을 정하기 전에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학생ㆍ학부모ㆍ교사의 의견을 수렴했는지도 확인한다.
이번 조사의 영향으로 일선 학교에서 두발ㆍ복장 등을 적극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학칙을 만들면 인권조례는 사실상 효력을 잃는다. 학교가 학생의 개성추구권과 사생활을 보장하라는 인권조례 조항을 배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곽노현 전 서울 교육감이 대법원에서 후보 매수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한 상황이어서 진보교육 정책 전반에 대한 교과부의 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학칙을 그냥 뒀을 때보다 학생ㆍ학부모ㆍ교사 의견을 수렴해 두발ㆍ복장 등의 내용을 반영하는 학칙을 마련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학생이나 학생단체가 두발ㆍ복장 등에 대한 규제가 반영된 학칙이 학생 권리를 침해했다고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충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시행령 준수 여부 조사 방침은 교과부가 현장의 현실감이 전혀 없다는 증거"라며 "인권조례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일단 서울시 교육청은 보수 성향의 이대영 부교육감이 권한대행을 맡고 있어 교과부 정책을 따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또 경기 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럼에도 교과부 조사 방침에 의해 학교 현장에서 학칙 제ㆍ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두발ㆍ복장 규제를 둘러싼 공방은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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