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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영갑(1957~2005)의 사진세계는 월남에 다녀온 형이 사다 준 카메라에서 시작됐다. 사진을 전공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카메라로 담아내는 섬이 좋아 1985년에 제주에 정착했고, 들판의 당근과 고구마로 끼니를 때우며 그 돈으로 필름을 샀다. 사계절을 동시에 품고 있는 제주도의 중산간지대, 계절마다 변하는 섬의 자연을 ‘삽시간의 황홀’이라 부르며 작가는 마치 화전민처럼 사진을 찍었다. 작품에만 몰입하기 위해 결혼조차 하지 않았건만 2000년대 초 루게릭병이라는 선고를 받았다. 3년밖에 못 산다는 것보다 정확하게 셔터를 누를 수 없다는 사실이 괴로웠던 시기다. 작가는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사진찍기를 멈추지 않았다. 2002년에는 제주 서귀포시의 폐교를 개조해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개관했다. 숨을 거둔 작가의 유골은 결국 두모악 앞마당에 뿌려졌다. 고인의 미공개 작품으로 꾸며지는 서울에서의 첫 유작전이 14일부터 7월19일까지 흥인동 충무아트홀 내 충무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가 사망 직전까지 촬영했으나 인화비용이 없어 빛도 못보고 보관돼 온 사진 필름 중 90% 가량을 파본과 작품 등으로 분류해 전시한다. 제주의 오름과 해발 200~500m 중산간 지역의 풍광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찍은 40여점의 미발표작들이다. 김영갑 사진의 특징은 정형화 된 회화적 구도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화면 중간을 가로지르는 수평구도를 꼽을 수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제주의 광활한 지평선과 수평선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냈다고 한다. 가로로 긴 파노라마 사진은 이를 더 부각시킨다. 전시부제는 ‘지평선 너머의 꿈’이며 입장료는 1,000~2,000원이다. (02)2230-6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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