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필요 없는 회계 시스템 '이지키핑'을 개발한 ㈜활동(www.easykeeping.com)의 서원교(52ㆍ사진) 대표이사는 11일 "회계의 무게중심이 이제 전문가에서 사업자로 바뀌어야 한다"며 이같이 역설했다. 공인회계사이자 경영학 박사인 서 대표는 "단돈 몇천원도 카드를 사용하고 현금영수증을 챙기는 요즘 기장하지 않고 세무신고를 하게 되면 추계신고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이 경우 비용인정을 다 받지 못하게 되고 손실이 나더라도 세금을 내야 하며 무기장가산세까지 물어야 하는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사업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사업을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지키핑이 과거 500년의 회계방식을 바꾸는 새로운 회계원리라고 주장했다. "종래의 회계방식은 차변과 대변의 대응원리를 사용하는 분개원리인 데 비해 이지키핑 시스템이 채택한 회계원리는 경제의 기본원리인 활동과 자원, 즉 거래와 그 대가를 대응시키는 새로운 회계원리인 AIA(Activity Information Accounting)를 사용합니다. 생소하겠지만 활동을 중심으로 기록하기 때문에 종래에는 전세계적으로 어떤 회계 시스템에서도 제공하지 못했던 현금흐름 정보(직접법 현금흐름표)도 바로 제공할 수 있지요." 이지키핑은 ㈜활동 홈페이지에 들어가 무료체험도 할 수 있고 가입해 유료로 서비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서 대표는 귀띔했다. 실제 그는 지난 2000년 강남구와 부천시가 당시 행정자치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복식부기 시스템 개발에 참여, AIA 회계원리를 이용해 회계를 잘 알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쉽게 쓸 수 있는 복식부기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현재 전국적으로 사용하는 자치단체 복식부기 시스템은 당시 개발된 시스템을 원형으로 하며 차변과 대변이 아니라 업무코드, 즉 공무원들이 현업에서 수행하는 활동을 기록하게 하는 방식의 회계 시스템이다. 소상공인들에게 이지키핑 시스템이 유용한 데 대해 서 대표는 "회계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보유하든가 세무사무소에 기장을 맡기는 것이 비용 면에서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같은 소상공인들에게 단돈 1만~2만원대의 월 사용료로 시간과 장소와 사용자 수에 구애되지 않고 누구나 쉽게 기장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매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근거과세를 내세우는 세무 당국도 환영할 시스템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사실 기장이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면 아마 국세청에서는 모든 사업자에게 예외 없이 기장을 하도록 의무화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않다 보니 추계신고나 간편장부 제도라는 것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 대표는 "만일 모든 사업자들에게 예외 없이 기장을 하게 하면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원칙이 보다 더 보편적으로 적용돼 지하경제도 많이 사라질 것이고 '유리알 지갑'이라고 불평하는 근로소득자들의 세금부담도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키핑이 널리 보급되면 세무사무소가 문을 닫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그는 "기업의 의사인 회계사나 세무사도 이제 단순히 기장을 해주는 데서 벗어나 사업자가 신속하게 기장한 정보를 이용해 절세방안과 올바른 기업경영의 방향을 알려주는 것, 즉 컨설팅으로 돈을 받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나아가야 한다"며 "어차피 기장시장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으므로 지금은 새로운 사업대안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고 사무소 폐업설을 일축했다. 끝으로 서 대표는 "AIA 회계방식은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주요국에서 특허를 받았다"며 "저는 AIA를 사업적으로 독점할 것이 아니라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관심 있는 사업자들과 제휴해 그야말로 '사업자에 의한, 사업자를 위한, 사업자의 회계' 시대를 함께 열어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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