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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안 보이는 절벽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폭은 한 2m쯤 돼보였지만 아래가 까마득했다. 일행은 어떻게 건너갔는지 벌써 저만큼 앞서 가고 있었다. 나 혼자만 절벽을 건너려 하고 있었다. 바위를 건너뛰는 순간 한쪽 발이 미끄러지면서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일어나보니 꿈이다. 그런데 다음날 낮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간밤에 꾼 꿈이 데자뷔가 돼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충청북도 제천의 용담폭포를 렌즈에 담으려 했는데 나뭇가지에 가려 전경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벼랑을 타고 가지가 없는 쪽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갈 때는 몰랐는데 돌아오려고 보니 발아래 깎아지른 바위 절벽이 까마득했다.
◇용담폭포=사실 이 정도의 길이라면 두려움 없이 걸어 다닐 만했다. 그런데 돌아오려니 자꾸 간밤에 꾼 꿈 생각이 났다. 어쨌거나 벽 쪽으로 바짝 붙어서 조심조심 돌아왔다. 등산로로 돌아와 촬영한 사진을 보니 위험을 감수하고 촬영한 사진 치고는 형편없었다.
높은 곳에서 전경을 찍고 싶었던 용담폭포는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 금수산 남쪽 기슭 백운동에 위치하고 있다. 용담폭포는 한여름 물맞이 폭포로도 유명하다. 높이 30m의 폭포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밋밋하지만 폭포수가 소(沼)로 떨어지며 일으키는 하얀 물보라는 심신을 청량하게 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봄 가뭄이 절정에 달한 터라 수량이 풍부한 편은 아니었다. 그나마 며칠 전 내린 비 덕분에 폭포의 모양은 갖추고 있었다. 용담폭포는 계곡물이 폭포 아래로 떨어지면서 5m 깊이의 소에 물보라를 일으키는 모습이 승천하는 용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용담폭포와 선녀탕을 한눈에 조망하려면 계곡을 건너 폭포 왼쪽 뒤로 이어진 바위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암릉은 급경사 구간이라 곳곳에 철계단과 로프가 설치돼 있다. 암벽 등반하듯 10분 정도 기어올라 바위전망대에 서면 장엄한 용담폭포와 선녀탕이 자태를 드러낸다. 이곳에서 보는 폭포의 자태가 가장 온전하다. 기자처럼 더 좋은 사진 찍겠다고 발버둥 쳐 봐야 뾰족한 수 없으니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부디 안전한 산행을 하시기 바란다.
용담폭포와 선녀탕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중국의 주나라 왕이 세수를 하다 대야에 비친 폭포를 보았다. 주왕은 신하들에게 동쪽으로 가서 이 폭포를 찾아오라고 명령했는데 바로 그 폭포가 용담폭포였다고 한다. 용담폭포가 여자의 음부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는 용담폭포 위에 선녀탕에서 선녀들이 목욕을 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배론성지=배론성지라는 이름이 외국어에서 유래한 것일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곳의 지명은 인근의 주론산에서 유래한 것이다. 해발 903m 주론산(舟論山)의 '주'는 배(舟)다. 능선이 성지의 양쪽으로 흐르는 까닭에 이곳이 배의 밑바닥에 해당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천주교 역사에서 보면 이곳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황사영(1775∼1801)이 성지 한 편에 있는 토굴에서 백서(帛書)를 썼고 우리나라 두 번째 신부인 최양업(1821∼1861)의 묘가 있으며 성 요셉 신학교가 세워진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원래 천주교 신자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었는데 황사영이 숨어들어 항아리를 쌓아둔 뜰 뒤편의 토굴에 숨어 백서를 작성했고 토굴 안에는 지금도 백서의 사본이 걸려 있다.
배론성지는 1958년 원주교구에 속하게 됐고 원주교구장이 개발 착수해 진입로를 비롯한 성지일원을 정리하고 단장했다. 황사영이 백서를 썼다는 토굴과 옛 모습대로 재현한 신학교 등이 잘 복원돼있다. 최양업 신부 기념성당, 한옥 누각성당인 배론본당, 십자가의 길, 묵주기도의 길, 피정의 집, 조각공원, 문화영성연구소 등이 들어서 있다. 제천시 봉양읍 배론성지길 296, (043)651-4527
◇제천 관광마일리지=제천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관광 마일리지를 챙겨보길 권한다. 제천시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처음으로 도입한 관광 마일리지는 관광안내소에서 마일리지 카드와 가이드북을 받아 제천여행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한 뒤 제천의 관광지나 체험여행지에 있는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증하거나 스탬프를 찍으면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제도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QR코드를 인증하면 최소 500원에서 최대 5만원까지 복권 방식으로 마일리지를 적립 받을 수 있다. 스탬프북을 이용해 스탬프를 찍으면 5,000원에서 1만원까지 현금 기프트카드를 지급 받을 수 있다. 적립한 마일리지는 제천 시내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제천역·박달재·배론성지 등 주요관광지 18곳과 체험여행지 28곳에 QR인증코드 안내판과 스탬프를 설치했으며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45개다.
/글·사진(제천)= 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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