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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1월 18일] 대학강사 간첩사건

최근 정부는 인도를 유학하던 지난 1992년 북한 노동당 35호실 소속 대남공작원에게 포섭돼 17년간 각종 국가기밀 사항을 북에 넘겨주고 공작금을 받은 혐의로 경기도 모 대학의 강사를 구속기소했다. 그는 북한을 두번 방문하고 조선로동당 당원 자격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나처럼 정부의 발표 직후 각 언론에서는 국가기관 보안과 안전관리시스템에 구멍이 생기고 국민과 해외동포의 안보 경각심이 해이해졌다고 법석이다. 그러나 지금 예상보다 빨리 국회의원 보선, 인플루엔자A(H1N1ㆍ신종플루) 등 다른 사회 이슈에 밀려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北 대남적화통일 여실히 드러나 한마디로 참담한 일이다. 핵ㆍ미사일 등 엄청난 화력의 대량살상무기로 무장하고 남남 갈등과 분열을 주요 대남적화 전략으로 삼고 있는 집단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다. 정치ㆍ경제ㆍ교육ㆍ보건 등 모든 우리의 사회체제는 대한민국이라는 상위 국가체제를 대전제로 하고 존속하는 것이다. 국가안보가 이다지도 허망하게 위협을 받고 있는데 현실을 파악해서 근본적 대책을 세우자는 진지한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이모씨는 어린 나이에 중립국으로 유학을 갔다. 외롭고 어린 그는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고 학비를 보태준 사람에게 커다란 고마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는 이후 국내 대학원에서 석ㆍ박사 과정을 마치고 정훈장교로 군복무를 마쳤으며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정당 대의원을 지냈다. 소위 대한민국에서 엘리트가 되는 제도권 경력을 정상적으로 쌓은 것이다. 그런 그가 왜 북한 공작원이 됐을까. 부친은 경찰관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가정환경이 그의 친북성향을 키웠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가 받은 공작금은 2002년부터 매년 1회 300~1만달러(한화 30만~1천만여원)였다고 한다. 결코 많다고 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따라서 경제적 이유 때문이었다고 말하기도 곤란하다. 이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아의식이 성숙되지 않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북한의 장기 우회전략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이다. 현재 관련 기관과 상당수 언론은 은근히 지난 '진보' 정부에 책임을 미루는 눈치다. 그리고 개선책으로 인보 의식 강화와 국가안보시스템의 제도적 보완을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백번 옳은 이야기이고 또 국민의 안전권 보장을 위해 마땅히 지향해야 할 정책목표다. 그러나 허망하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책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우리 국민은 정부의 상투적인 '심심한 사과와 송구스러운 마음, 그리고 철저한 원인 규명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지쳐 있다. 이번 대학강사 간첩 사건은 북한이 대남적화통일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명백한 증거이다. 북한 헌법은 분명히 조선노동당이 국가를 영도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조선노동당의 지고의 목표는 혁명의 완성이다. 북에서 말하는 '혁명'은 자본주의 세력으로부터의 남한의 해방, 즉 대남적화이다. 북한은 설혹 스스로 변하고 싶어도 변할 수가 없는 체제이다. 외부 정보의 유입과 정책 결정의 분권화는 김정일을 정점으로 하는 통제국가인 북한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선의를 가지고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했지만 당연한 귀결로 북한은 전혀 변하지 않았으며 우리의 안보의식만 해이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핵 실험, 미사일 발사, 사이버 테러 등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민간인이 3중 철책을 뚫고 월북하고 간첩이 군ㆍ대학ㆍ정당에서 활개를 치고 있도록 내버려두고 있었던 것이다. 안보의식 강화 캠페인 벌여야 대한민국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체제라면 늦기 전에 국민의 안보의식 강화를 위한 일대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현 안보의식의 해이는 정책 한 둘을 바꿔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전체 성원 중 징집회피 의원의 비중이 국민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국회, 군 복무 가산점 혜택에 시비를 거는 시민단체, 북한 핵개발에 괴상한 자긍심을 느끼는 얼치기 민족주의자가 대한민국의 오늘의 모습이다. 땅을 치고 후회하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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