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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결단 늦어질수록 경제회복과 개혁 어려워진다

검찰 수사 차분하게 지켜봐야 하지만

핵심은 靑 인사가 초래한 국정 난맥상

청와대 문건 파문이 확대일로다. 박근혜 대통령이 침묵을 깨고 7일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나 파장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당장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일주일 새 2%포인트 하락했다. 대표적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42%까지 떨어졌다. 세월호 참사로 지지율이 바닥이던 지난 7월 말 이후 최저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대통령의 지지도가 아니라 국정수행의 탄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블랙홀처럼 각종 담론을 빨아들이는 청와대 문건 파문이 진정되지 않고서는 대통령 스스로 강조한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경제활성화를 위한 각종 조치와 입법도 추진력이 약해질 우려가 크다.

물론 사태의 전말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보다 차분하게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관련자들을 소환 수사 중인 검찰은 이번주에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어느 때보다도 철저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펼쳐야 할 사명이 있다. 검찰 중립성의 존엄한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그렇고, '박 대통령이 문건 유출에 초점을 맞추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시비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검찰 입장에서 골치 아픈 점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공정한 수사를 펼쳐도 국민들이 그 결과를 믿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검찰이야 어떤 경우든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제 역할을 수행하면 그뿐이다. 정작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줘야 할 책임은 정치권, 보다 정확하게는 청와대에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밝힌 대로 "문건은 루머이며 청와대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이라는 인식의 연장선에서 7일에도 "소모적인 의혹 제기와 논란"이라고 일축했는지 모르겠지만 논란의 초점은 문건 유출뿐만이 아니다.



국민들의 한숨을 자아내는 사안은 두 가지다. 첫째는 법과 국회의 감시를 받지 않는 일반인의 이해관계가 최고 권력자를 거쳐 공직사회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밝힌 대로 정윤회씨 딸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을 둘러싼 잡음을 제대로 조사한 문체부 국장과 과장이 수첩을 꺼내 든 대통령의 '나쁜 사람들'이라는 말 한마디로 좌천됐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실무급 공무원들까지 정치권 비선의 눈치를 봐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어느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두 번째 문제는 이번 파문을 계기로 청와대의 고위인사 발탁과 운용·해임에 대한 민낯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해명에 대해 날을 세운 유 전 장관과 조응천 전 비서관,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의 발언은 '배신 프레임'을 넘어 국기문란 그 자체다. 민간기업의 퇴직임원이 몸담았던 회사의 비밀을 폭로한 기업일수록 오너와 조직 운영에 문제가 많고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지켜봤다. 청와대를 둘러싼 작금의 사태가 이와 뭐가 다른가. 국민들은 개탄한다. 문제는 수없이 많다. 대통령의 서강대 동문들이 금융권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한 기수에 보통 4~6명을 배출하는 육군 중장 자리에 대통령 동생의 육사 동기들이 8명이나 포진한 현실은 과연 정상일까.

언론들이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개혁을 요구하는 이유를 대통령은 살펴야 한다. 단순히 '소모적'이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결단이 필요하다. 결단이 늦어질수록 의혹은 커지고 리더십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집권 3년차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벌써부터 레임덕 얘기가 나온다면 나라에 백해무익이다. '부끄러운 현실'은 누가 초래했는가. 대응이 늦으면 늦을수록 국가와 국민경제가 치러야 할 대가는 커지기 마련이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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