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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표물가 불신 방치하면 경기회복 어림없다

정부가 발표하는 지표물가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모양이다. 현대경제연구소 설문에 따르면 자신이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상반기 체감물가 상승률은 5.7%였고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5.0%에 달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1.3%보다 무려 4배 이상 높다. 국민과 정부 간 괴리가 이처럼 크니 아무리 물가가 안정됐다고 수치를 들이대봐야 믿지 않는 게 당연하다.

체감물가 상승은 폭염으로 채소ㆍ과일 값이 크게 오르고 전월세가격이 폭등한 탓이 컸다. 공공요금 불안도 한몫했다. 지난달 초 상하수도비가 뛴 데 이어 내달에는 택시요금과 전기료 같은 공공요금 인상이 기정사실로 돼 있다. 그나마 도움이 됐던 무상급식ㆍ무상보육은 예산부족에 발목을 잡혔고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사방에서 돈 빠져나가는 소리밖에 안 들리는데 불황으로 월급봉투가 두툼해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에어컨ㆍ자동차는 불편해도 안 사고 쓰지 않으면 된다지만 먹고 사는 것까지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체감물가가 중요한 것은 심리 때문이다. 국민들이 살기 어렵다고 느끼는데 지갑을 열 리 없고 팔 곳이 보이지 않는데 기업이 투자에 나설 리 만무하다. 정부가 서민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제기될 수도 있다. 지표물가에 대한 불신이 정책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짐을 덜어드리는 노력을 펼쳐가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언급일 터이다.



최선은 가계소득 향상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고 체감물가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기업할 수 있는 여건을 강화해 투자와 일자리를 확대하는 게 우선돼야 함은 물론이다. 전월세와 식료품 가격을 안정시켜 서민의 불안을 씻어주고 정책 신뢰를 높이는 일 역시 시급하다. 그래야 사회안정도 소비진작도 가능하다. 국민행복과 중산층 회복은 지표에 대한 신뢰확보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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