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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구조만 악화시키는 건설사 구조조정


또 한바탕 쓰나미가 몰려들 태세다. 이미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21곳이 경영난으로 퇴출 위기에 몰려 있는 건설업계 얘기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36개 기업 중 17곳이 건설사다. 기업경영개선(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되는 C등급은 5곳, 금융권의 지원 없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할 D등급 업체는 12곳에 달한다. D등급 업체 중 상당수는 이미 C등급을 받아 워크아웃 중인 업체라는 게 그나마 업계의 위안거리다. 이쯤 되면 건설사는 금융권이 주도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단골 손님이 된 듯하다.

그런데 뭐가 잘못됐다. 이미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지만 상황이 나아진 것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워크아웃 중이던 몇몇 건설사가 최근 잇따라 법정관리의 길을 걷게 됐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기업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절차다. 하지만 정상화는커녕 역으로 법정관리의 길로 접어들었다면 뭔가 워크아웃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길래 수차례 건설사 구조조정에도 상황은 계속 악화일로일까.

시장의 문제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부실에 빠진 건설사 대부분 주택사업이 주력이다 보니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한 상황이 나아지기 힘든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권 역시 건설 구조조정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반문하지않을 수 없다.

모두 내다 팔라 다그치는 금융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라면 워크아웃은 그리 어렵지 않은 과정이다. 최소한 금융권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그저 있는 자산은 그것이 단순한 기업의 자산이든, 아니면 사업을 위한 목적물이든 모두 내다 팔아 치우면 된다. 돈을 빌려준 금융권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채권을 회수하면 '성공적'인 워크아웃이다.



그런데 빚을 줄이기 위해 있는 것 없는 것 모두 처분하고 직원을 내보낸 다음에 그 기업의 선택은 무엇일까. 일 할 사람도 팔 물건도 없으니 '문을 닫는 것'밖에 더 있을까.

워크아웃 기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금 시장에서는 신용위험이 낮다는 이른바 'A등급'업체들조차 차별을 받고 있다.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다른 업종에 비해 더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야 하고 심지어 일부 중견건설사는 주채권은행이 개별 사업에까지 관여하며 간섭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러니 구조조정이 매년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게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를 발표한 직후 조만간 '건설사 종합지원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책 역시 지금껏 그래왔듯 단기 유동성 지원책을 담은 '자잘한 선물보따리'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정부는 집값하락 등 부동산 침체가 부실 가계부채 증가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집값 하락을 막을 적극적 정책 변화는 시도하지 못한 채 자잘한 대책만 남발하면서 '집값 안정 속 거래회복'이라는 되지도 않는 정책 목표만 반복하고 있다.

주택경기 살릴 종합대책 내놔야

가계대출이 부실하다고 계속 대출을 옥죄기만 하면 상황이 나아질까. 부실 가계대출은 신규대출이 아니라 기존 대출의 문제다. 그것이 집을 사기 위한 목적이든 생활자금이든, 사업자금이든 사용처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담보로 제공한 집값이 떨어지고 어느 순간 집값이 대출금액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집주인은 집을 포기한다. 집주인뿐 아니라 금융권 역시 대출 회수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맞는 것이다. 섣부른 예단이지만 한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촉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정책은 선택이다. 모든 것을 얻는 정책은 아쉽게도 없다. 지금이라도 주택경기를 회복시킬 것인지, 아니면 수많은 하우스푸어를 계속 양산하며 가계부채 부실이 확산되는 상황을 그저 지켜만 볼 것인지 이제 선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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