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광고업계 1위 업체의 탄생으로 화제를 모았던 옴니콤과 퍼블리시스의 합병이 주도권을 잡으려는 양사 간 알력다툼으로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지난해 7월 합병을 선언한 두 회사가 아직까지 회계상 인수자와 피인수자를 나누는 문제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주요 보직의 배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불협화음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50대50의 동등한 합병을 결의한 두 기업은 회계상 인수자와 피인수자를 구분하는 데서부터 이견을 보이고 있다. 서류상 지위에 불과하지만 지위가 같은 두 회사를 인수자와 피인수자로 나누려다 보니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져 아직까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요 서류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직책인 CFO 선임 문제에서도 대립하고 있다. 옴니콤 경영진은 지난해 11월 증시 분석가들에게 자사의 랜들 와이젠버거 CFO가 합병 법인의 CFO를 맡을 것이라고 밝혀으나 같은 시간 퍼블리시스 측은 자사의 장미셸 에티엔 CFO가 보직을 맡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 관계자는 "이 싸움은 결국 누가 인수자가 되느냐의 문제"라며 "동등한 합병이라는 표현은 결정적인 순간에 무의미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모리스 레비 퍼블리시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합병이 옴니콤의 퍼블리시스 인수처럼 보이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의 알력다툼 외에 합병 법인을 총괄하는 지주회사 설립 과정에서 불거진 조세회피 논란도 미해결 상태다. 앞서 두 회사는 법인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자 미국과 프랑스에 두고 있는 본사는 유지하되 지주회사를 네덜란드에 설립하고 법적 소재지는 영국에 두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유럽연합(EU)이 조세회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영국과 네덜란드 당국의 승인을 얻기가 쉽지 않게 됐다. 퍼블리시스 본사가 있는 프랑스 당국의 승인도 필요한 실정이다.
이처럼 합병의 걸림돌이 속출하고 불협화음이 커져감에 따라 합병이 최종 성사될 수 있을지 여부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WSJ는 "알력다툼이 심해지면서 70여개에 이르던 합병 관련 각종 회의들이 중단되고 양사 간 정보공유 등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레비 CEO는 올해 3·4분기 내 합병을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존 렌 옴니콤 CEO는 "복잡한 문제들 때문에 합병 완료 시점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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