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와 유통의 전쟁 ■장노엘 캐퍼러 지음, 김앤김북스 펴냄 브랜드가 도전에 직면했다. 다양한 브랜드들 사이에서 살아 남기도 힘든데, 이제는 공생관계의 파트너이던 유통업체마저 브랜드와 경쟁구도를 그리며 전쟁을 치르게 됐다. 유통업계는 집중화와 규모 효과로 힘을 얻었다. 대형마트를 위시한 이들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조업체 브랜드 상품보다 20~40% 저렴한 자체 브랜드 상품(PB:Private Brand)을 내 놓기 시작했고 품목도 식료품에서 고가품으로 다양하게 배치했다. 소비자가 PB제품의 품질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선택하는 순간, 기존 브랜드 제품은 매장 진열대에서 점점 구석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며 유통업체는 브랜드의 경쟁자가 되어버린다. 신간 ‘브랜드와 유통의 전쟁’은 유통업계의 소리 없는 선전포고에 대한 브랜드의 대비책과 진화 전략을 오목조목 짚어준다. 저자 장노엘 캐퍼러는 데이비드 아커, 케빈 켈러와 함께 브랜드 분야의 3대 석학으로 꼽히는 인물. 캐퍼러는 오늘날 시장 환경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우선 강조한다. 저렴한 대형마트에 이어 유럽에서는 ‘너무’ 다양한 품목 때문에 선택의 스트레스에 시달린 소비자의 틈새시장을 노린 초저가 소매점 하드디스카운트 스토어(Hard Discount store)가 등장했다. 이는 제품의 다양성을 줄이는 대신 가격을 더욱 낮춰 대형마트와 기존 브랜드를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 또한 ‘뉴럭셔리’ ‘매스티지’의 비약적 발전이 보여주는 명품에 대한 사회 전반의 욕구는 고가품을 장만하기 위해 다른 부분에서는 더욱 절약하게 하는 ‘소비의 양극화’를 양산했다. 저자는 더 이상 브랜드 간의 경쟁에 치중할 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간의 경쟁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저가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을 혁신의 중심에 놓아야 하며,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의 상당부분은 변화된 환경에서의 새로운 브랜드 미션의 설정, 광고의 역할에 대한 재검토,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방법, 기업 브랜드의 중요성, 고객 관계의 개별화, 공격적인 브랜드 포트폴리오, 지역 브랜드의 활용 등 구체적인 브랜드 재창조 방안을 위해 할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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