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진전은 없고 갈등의 골만 깊어져 어렵게 성사시킨 국정원 국정조사는 시한인 15일까지 제대로 활동도 못 해본 채 빈손으로 끝날 처지에 놓였다. 민생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9월 정기국회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예고대로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하고 80여명의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김한길 대표는 "새누리당의 국조 거부 행태는 분명한 국정 농단"이라며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진실을 애써 외면할수록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최원식 당 전략기획위원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과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에 대해 박 대통령의 사과와 남 원장의 해임을 관철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2일 광장에서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3일 오후에는 청계천광장에서 국정원 개혁 촉구 대국민보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다만 김 대표는 장외투쟁에 대한 여론의 역풍을 고려해 "민생 살리기와 을(乙) 살리기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며 "국조 포기를 한번도 말한 바 없으며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역구 활동을 챙기다 상경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유감을 표명하며 본격 대응에 나섰다. 최 원내대표는 "민주당 내 강경파가 (국조)판을 뒤엎으려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강경파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민주당 지도부가 정말 안쓰럽다"고 말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노골적으로 민주당의 장외정치에 대한 공격에 나서 "대선을 통해 증명된 국민의 선택을 거부하고 대선 불복운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무덥고 짜증나는 여름에 국민을 더 불쾌하게 만드는 소식"이라며 "민주당은 당리당략이라는 나무에 골몰하다 숲을 못 보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최 원내대표도 "민주당 지도부와 만나 국조 증인 문제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화할 것"이라고 밝혀 정국 정상화의 끈은 놓지 않았다.
하지만 국정원 국조특위 여야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과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도 팽팽한 기싸움만 벌이며 평행선을 달렸다. 권 의원은 "장외투쟁 선언과 함께 국조는 무효화됐다"고 주장했고 정 의원은 "새누리당은 처음부터 국조를 할 마음이 없었다. 국조를 깰 테면 깨라"고 맞섰다. 또 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증인 출석 거부시 동행명령을 문서로 보장할 것을 요구했고 새누리당은 초법적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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