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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아! 숭례문

숭례문이 불타버렸다. 대한민국 5,000년 역사의 자랑스런 증거의 하나이자 대표적 상징인 그 숭례문이 처참하게 타버린 것이다. 국보 1호로서, 서울의 관문으로서 언제나 당당하고 기품있는 모습으로 600여년을 한결같이 버텨온 숭례문. 역사적 숨결과 그 속에 깃들어 있던 한민족의 드높은 정신과 흔적들도 불과 5시간 만에 같이 사라져버린 듯 하다. 더불어 국민들의 가슴도 같이 안타까움으로 새까많게 타버렸다. 유구한 역사적 자부심도 함께 녹아버렸다. 타고남은 잿더미와 검게 그을린 목조들, 그리고 그것들을 떠받치고 있는 앙상한 석축이 바로 그 서글픈 증거다. 조선 태조 5년(1396년) 창건된 숭례문은 조선의 관문이자 의례(儀禮)의 중요 마당이었다. 즉 전쟁이 벌어졌을 때 출병하는 군사를 배웅하는 것도, 중국으로 가는 사신을 배웅하는 것도 숭례문에서 이뤄졌다. 왕이나 왕대비가 죽었을 때 숭례문을 통해서 나갔고 왕이 서울을 떠났다가 돌아올 때 신하와 백성들이 맞이하는 곳도, 중국에서 온 조서를 받는 곳도 숭례문에서 였다. 오욕의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이끄는 왜군이 숭례문으로 한양에 입성했고 일제 때는 일제의 왕자 요시히토(嘉仁)가 숭례문 좌우의 성벽을 헐어버리기도 했다. 숭례문은 임진왜란ㆍ병자호란 와중에도 불타지 않아 고려 말의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던 희귀한 건축물이라는 의의도 지녔다. 세종ㆍ성종 때의 개ㆍ보수에 이어 일제시대와 6ㆍ25전쟁때의 큰 훼손을 거쳐 지난 1961~1963년의 중수작업이 이뤄졌지만 그 본래의 우아한 모습과 당당함은 그대로 이어져 왔다. 아울러 수차례 논란이 됐던 국보 1호로서의 위상문제도 잘 이겨내왔다. 그런 숭례문이 어처구니 없는 한순간의 화재로 사실상 사라져버린 것이다. 600년 역사의 체취와 자부심이 까만 재로 변해버렸다. 이번 사고는 또 다시 방화문제와 관계없이 안전관리에 대한 안이한 자세, 감독이 낳은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숭례문 관리는 중구청과 무인경비업체가 담당하고 있으나 엉성하기 짝이 없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2006년 이후 시민들 누구에게나 손쉽게 접근이 허용됐지만 폐쇄회로(CC)TV 카메라 4대만이 그것도 형식적이고 어설프게 가동돼왔던 것이다. 화재사태를 대비할 수 있는 스프링클러는 아예 설치조차 돼 있지 않았다. 안전관리에 대한 불감증이 또다시 확인된 것이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이듬해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부터 최근의 이천냉동창고 화재참사에 이르기까지 숱하게 발생한 어처구니 없는 사고의 주요인은 언제나 안전관리 부주의였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에서 어처구니 없는 안전 사고들이 여전히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3년에 걸쳐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숭례문을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숭례문이 외형적 모습 그대로 복원되더라도 600년의 역사적 숨결과 고귀함, 거기에 깃들어 있던 당당함은 어디서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숭례문 복원에 앞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안전의식을 정말 제대로 세우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무의적으로 만연돼 있는 개발중심적 사고가 이런 사고의 원인(遠因)이 아닐까. 곳곳에 제대로된 안전시설조차 갖추지 못하고 방치된 국보급 문화재들에 대한 안전관리점검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 진정 그보다 중요한 것은 비용과 불편 등의 핑계로 안전문제에 무심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하루 속히 바꾸는 것이다.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역사의 조롱거리이자 죄인이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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