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4일 대규모 추가 양적완화(QE) 개시 선언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불협화음이 한층 심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영국·브라질의 금리인상 압력이 높아지는 반면 중국·일본·캐나다·호주·한국 등은 금리인하를 신중하게 저울질하면서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체코·헝가리·폴란드·우크라이나 등 유로존 밖의 동유럽 신흥국은 금리인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 간 갈등이나 중앙은행 통화정책 여력 소진 등의 난제에 직면해 통화정책 방향을 점치기 힘든 회색지대로 밀려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 향방이 관심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인플레이션 및 고용지표의 호전 덕분에 이르면 오는 6월 이후 금리인상을 저울질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층 부담을 덜게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 초 1.04%였던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 5년 전망치는 최근 1.7%까지 상승해 연준의 인플레목표치(2%)에 근접했고 지난 2013년 7%대에 달했던 실업률은 5%대로 개선됐다. 연준은 17개월 연속 저금리를 유지하다 금리인상 타이밍을 놓쳤던 2000년대 중반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영국 역시 미국과 더불어 일부 국가들의 금리인상 움직임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꼽힌다. CNBC는 5일 영국중앙은행(BOE)이 기준금리를 0.5%로 6년 동결했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를 빌려 기준금리 인상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내수지표 호전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희석됐고 경제가 올 들어 약 10년래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틴슬레이 UBS 이코노미스트는 "BOE가 2015년 11월 첫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영국의 경제성장 기조는 견조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영국과 달리 경제위기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역설에 몰린 신흥국들도 있다. 브라질과 우크라이나 등이다. 특히 브라질은 주요 수입원인 원유를 비롯해 국제 원자재가격 약세로 타격을 입은 가운데 심각한 가뭄과 공기업인 페트로브라스와 정권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서 정치적·경제적으로 그로기 상태에 몰렸다. 이로 인해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 가치는 폭락해 5일에는 2004년 8월 이후 처음 1달러당 3헤알대까지 떨어졌다. 앞서 4일 브라질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12.25%→12.75%)했으나 환율불안을 저지하지 못했다. 로이터통신은 5일 "투자자들은 (브라질)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보다 죌 것이라는 쪽에 투자하고 있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비해 상당수 다른 나라들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의 경우 정부와 중앙은행 모두 경기부양 쪽에 공감대를 모았으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 충돌하고 있어 금리 향방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최근 깜짝 금리인하 단행 후 중앙은행이 추가 금리인하 여력이 소진됐다고 밝혔으나 야누츠 피에초친스키 부총리는 앞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금리를 인하할 여유가 크다"고 말해 시각 차를 나타냈다. 헝가리 중앙은행 역시 오는 24일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나 이미 2012년 금리를 대거 내린 후 정책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전망이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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