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내수활성화 토론회는 형식과 시간에 얽매이지 않았다. 9시간45분이라는 토론시간이 말해주듯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정부나 민간에 모두 강한 위기의식을 심어주고 있는 셈이다.
이날 토론회는 부처 간 의견대립 등으로 그동안 막혀 있던 정책 이슈들의 물꼬를 터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문화부와 지식경제부 간 갈등을 빚었던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카지노 등 복합 리조트의 사전심사제와 세수감소를 이유로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했던 중견기업 가업승계 세제확대 등은 이명박 대통령이 토론회를 직접 주재하며 조기추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끝장토론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첫 민관합동 토론회에서 좀 더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대부분의 정책과제가 이미 세제개편 방안 등에서 거론됐던 정책이고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정책들이다. 또 앞으로 부처 간 검토과정과 민간의 추가 의견 수렴과정을 거치겠지만 현실성이 떨어져 추진동력을 상실하거나 추진과정에서 반대여론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론회에 참석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대기업들은 연초 세운 투자 및 고용투자 계획을 최선을 다해 집행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다만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논의로 기업투자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비활성화 방안으로 예년과 마찬가지로 기업들의 국내 휴가 활성화를 내세웠다. 이번에는 휴가를 가지 않을 경우 연가보상비를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방침까지 발표했지만 개별 기업의 사정상 휴가가 강제로 조정될지는 의문이다. 아울러 이미 여름 휴가시즌이 시작된 상황에서 뒤늦게 국내 여행패키지 개발에 나선다는 점도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2008년 시행 당시 대중골프장(퍼블릭) 문제에다 수도권을 제외하며 일부 지역의 형평성 논란을 일으켰던 골프장 이용료 개별소비세 감면도 이번에는 어떤 묘안을 찾을지도 지켜봐야겠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정부는 오피스텔ㆍ미분양아파트를 활용하고 호텔 관련 건축규제 완화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관광인프라펀드를 도입하고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대학병원 소재 캠퍼스 내 숙박시설 확충도 허용한다. 중국관광객에 대한 비자 완화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오는 9월 시행예정인 2조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뱅크와 2조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을 조속히 시행하기로 했다. 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대비해 역모기지 대상을 확대하고 세제지원도 강화한다.
투자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소기업 대상의 각종 금융수수료에 대한 실태를 점검한 후 시정을 유도하고 국내 U턴기업의 조세감면을 확대한다. 정부의 방침대로 투자 관련 인센티브는 고용창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현재 해외와 국내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연구개발(R&D) 투자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국내 R&D가 우대받도록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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