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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트뱅킹, 미술시장 저변확대 계기로

영국인들의 집에 초대돼 가면 가장 인상적인 것이 벽면에 빼곡하게 걸린 그림들이다. 반드시 유명 작가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집주인이 좋아하는 풍경이나 색조의 그림을 틈날 때마다 사모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평생 아시아 역사를 연구했던 노교수의 거실에는 동남아시아에서 구입한 그림들이 걸려 있었고, 아프리카에서 선교 활동을 했던 한 노부인의 거실에는 아프리카 작가의 그림들이 먼 이국 땅에서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세계적인 예술품 경매사 소더비가 탄생한 영국은 개인의 미술품 수집 역사도 길고 그 저변도 넓다. 부자가 아니더라도 영국인 노교수나 노부인처럼 미술품 한 두점씩은 소장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에서도 미술품 수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문화 수준이 올라가면서 예술품 소장 욕구가 커진 것도 있고 미술품의 투자 가치에 눈뜬 자산가들이 늘어난 이유도 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최근 부유층 자제들이 미술품 투자 모임을 만들어 미술 시장 트렌드에 대한 정기적인 세미나를 열면서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자산가들이 새로운 투자처로 미술품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국내의 새로운 풍속도를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미술품 투자는 최근 미술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전세계적인 붐을 맞고 있다. 예술품 경매판매 추이를 보여주는 ‘메이 모제스 예술품지수’는 지난해 14.52%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 상승률(4.91%)보다 3배가량 높은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국내 금융권도 미술시장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외환은행은 최근 평창동 지점에 상설 미술관을 열었고 90년대 중반부터 미술품 관련 서비스를 선보였던 하나은행도 VIP고객을 대상으로 미술 재테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프라이빗센터(PB)를 통해 전시회를 개최해 호평을 받았던 국민은행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2차 전시회를 진행했다.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들도 사모펀드 형태로 미술품에 투자하는 ‘아트펀드’를 선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금융권의 아트뱅킹이나 아트펀드는 거액 자산가들을 주타깃으로 삼고 있다. 아무래도 자산가들이 실질적으로 미술품 투자에 나설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금융권의 움직임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는 국내 미술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데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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