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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발리 로드맵
입력2007-12-17 18:01:47
수정
2007.12.17 18:01:47
파이낸셜타임스 17일자
환경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유엔 기후변화협약총회가 열리는 동안 여러 번 좌절감을 토로했다.
미국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각국의 노력에 계속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결국 회의에 참석했던 190개 국가 대표들은 각국이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못하고 회의를 폐막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모든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참여를 규정한 ‘발리 로드맵’ 이라는 매우 중요한 이정표를 남겼다.
미국은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지구촌 전체의 이슈에 양보하지 않았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면서도 탄산가스 배출량을 오는 2020년까지 지난 1990년 수준 대비 25~40% 가량 감축하자는 교토 의정서 비준을 거부해왔다. 이번 발리 로드맵 역시 구체적인 감축량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은 안타깝다.
그러나 미국이 다른 선진국과 함께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했다는 점에서 결코 실패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이번 회담은 중요한 진전을 이뤄냈다. 아직 미국이 비준하지는 않았지만 유엔 주도의 교토 의정서가 첫 단추를 끼우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못지 않은 탄산가스 배출국이면서도 기후 변화에는 나 몰라라 했던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찾는다는 데 동의한 것도 긍정적이다.
지구온난화라는 긴급한 상황을 고려할 때 각국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대화를 시작하자는 데 동의한 것만으로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각국이 2009년까지 전세계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참여하자고 동의한 만큼 발리 로드맵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 적응기술 이전을 협상하고 이를 위한 재원 지원방법을 개발하기로 한 것도 성과다.
지구온난화 대응에 부정적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2009년 1월까지라는 것은 앞으로 협상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발리 회의는 교토 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의 기본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발리 회의의 목표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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