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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광복 70년 번영 이끈 원자력 기술


김종경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이달초,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는 제19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이 일주일간의 뜨거운 열기를 뒤로하고 막을 내렸다. ‘광복 70년, 과학기술이 이끄는 새로운 도약’이란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는 지난 세월동안 국가 경제발전의 핵심이자 원동력이 되어온 과학기술 대표성과 70선이 특별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국내 최초 라디오, 고속도로 건설기술, DRAM 메모리 반도체, 우주발사체 나로호까지 우리나라 현대사를 이끌어 온 굵직한 과학기술 성과들이 소개됐다.

반세기가 넘는 연구개발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원자력 분야 또한 이번 70선에 다양한 이름을 올렸다. 1962년 처음 가동을 시작한 국내 최초의 원자로 ‘TRIGA Mark-Ⅱ’, 원전의 두뇌에 해당하는 원자로 계통 기술을 자립하고 우리나라의 지리적, 산업적 환경 등을 고려해 개발한 ‘한국표준형원전’, 기존 원전의 안전성·경제성 등을 한층 더 향상시킨 ‘신형 경수로 APR-1400’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전력생산, 해수담수화, 지역난방 공급이 동시에 가능한 국내 토종 소형 원자로 ‘SMART’도 이번 70선에 올라,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력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의 출발이 얼마나 무모한 도전에서 시작했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국토는 황폐화되고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60달러가 채 되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이같은 상황에 최첨단 과학기술인 원자력 분야에 도전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원자력의 가치를 깨달은 선구자와 과학기술자들은 우리나라가 원자력을 하지 못하는 이유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원자력을 도입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를 역설했다.

그 결과 원자력은 지난 50여 년 동안 국가경제와 과학기술 발전에 핵심 역할을 담당해왔다. 우리에게 풍부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자동차·전자·조선 등 국가 기간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고, 연구용 원자로를 이용한 기초과학연구와 신소재 개발에 이바지했다.



우수한 원자력 기술력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어 나가고 있다. 지난 2009년, 우리나라는 UAE가 발주한 약 400억 달러 규모의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이듬해에는 요르단과 연구용 원자로 건설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원자력 연구개발 반세기만에 첫 원자력 시스템 일괄 수출을 기록했다. 월드컵 열기가 한창 달아오르던 지난해 여름엔 유럽의 심장 네덜란드의 연구용 원자로 개선 사업을 수주함으로써 국내 원자력 기술력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드높였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SMART를 통해 소형 원자로 시장의 선도국으로 도약하고자 새롭게 도전하고 있다.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SMART는 지난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며 소형 원자로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올해 3월에는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SMART 상용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맺으며 수출의 물꼬를 텄다. 2030년대 18GWe(소형 원자로 180기)로 예상되는 세계 소형 원자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원자력 기술개발은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해 험난한 과정을 겪으며 기술 자립과 수출에 성공했다. 지난 역사가 말해주듯 원자력은 우리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창출하고 국가 성장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재도약할 것이다. 광복 100주년이 되는 30년 후 대표성과 100선을 선정하는 날 10가지, 20가지의 원자력 기술이 포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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