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리먼 사태이후 엄청난 공적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규모 축소, 구조 단순화 등 은행 시스템을 고치는 데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사진)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13일(현지시간) 파리에서 가진 회견을 통해 "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던 미국 대형은행의 부실 가능성이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오히려 더 심각해 졌다"고 경고했다. 스티글리츠는 이날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은행 '대마불사' 문제가 지난 2007년의 금융 위기 이전보다 더 뚜렷해졌다"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일부 (대형) 은행이 시스템상 중요하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감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실제 이들 은행들의 규모를 줄이거나 구조를 단순화한 예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스티글리츠는 이어 "오바마 행정부가 월가에 도전하고자 해도 정치적 어려움 때문에 쉽지 않다"면서 따라서 "내주 미국 피츠버그에서 소집되는 3차 G20 정상회담에서 다른 나라가 미국에 더 강한 압박을 가해 줄 것을 내심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스티글리츠는 "세계 경제가 숲(경기침체)에서 헤어나기에는 아직 멀었다"면서 "미국 노동자의 수입이 없는데 어떻게 세계가 바라는 미국의 수요 증대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미국의 재정 적자가 크게 늘어나는 데 대해 "문제는 과연 누가 미국 정부를 재정적으로 계속 뒷받침할 것이냐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스티글리츠는 또 G20 정상들이 그간 핵심 경제 지표로 자리잡아 온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과신을 버리고 더 광범위한 경제 가늠자를 도입하는 데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GDP를 대체할 새로운 '웰빙 지수' 개발을 위해 설치한 '경제 성과와 사회적 진보 척도 마련 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위원회는 곧 OECD에 관련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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