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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뉴노멀 시대 오나] '볼커·그린스펀 쇼크'로 지구촌 몸살

■ 출구전략 과거사례 보니

물가 안정 등 명분으로 과감한 금리인상

美불황·신흥국 위기·금융시장에 직격탄

'1994년의 사건'은 되풀이될 것인가.

지난 2010년 말 영국중앙은행(BOE)이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던진 화두였다. 1994년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두 배 수준으로 깜짝 인상을 해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이 휘청거렸던 시절이다. 보고서는 금리인상이 가팔라진다면 1994년처럼 그 여파가 증폭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보고서의 경고는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출구전략의 고삐를 다잡고 있는 탓이다.

과거 미국 통화당국이 큰 폭의 출구전략을 펴면 세계경제는 몸살을 앓았다. 미국 등의 경기불황, 신흥국 경제위기, 채권 및 주식시장의 붕괴 등이 초래됐다. 이 같은 위기상황은 각각 당시 연준 의장의 성을 따 볼커 임팩트(1980~1981년 전후), 그린스펀 쇼크(1994년)로 불린다.

폴 볼커가 연준 의장에 올랐던 1979년 무렵 미국에서는 성장이 뒷걸음치는데도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어 금리를 내리기도, 올리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볼커의 선택은 과감한 금리인상이었다. 그는 1979년 9월부터 10.25%였던 기준금리를 1980년 3월 2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금리를 올려도 단기적인 경기침체에 굴하지 않고 일관성을 유지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경제가 완전고용 수준을 회복한다는 게 볼커의 신념이었다. 그의 선택은 일견 옳았다.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은 수그러들었고 경제는 다시 성장세를 회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볼커의 명성 뒤에는 모험주의적 정책에 고통 받은 실물경제의 비명이 깔려 있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2010년 3월 게재된 '누가 인플레이션을 물리쳤나'라는 제하의 글은 볼커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되짚었다. 볼커의 금리인상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경기불황이 뒤따랐다"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3년간이나 미국경제를 약화시킨 불황으로 몰아간 것이 잘한 결정이었느냐"고 되묻는 내용이다.

후임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만 해도 물가만 안정시키면 불황(실업)은 자동적으로 해결된다는 볼커와 달리 물가뿐 아니라 경기상황도 중시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신념을 가진 그린스펀도 시장에 파문을 던진다. 바로 1994년 사건이다. 당시는 그린스펀은 미국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조짐을 나타내자 기준금리를 3%에서 6%로 두 배 올렸다. 연준이 저금리를 유지하리라고 믿고 레버리지 투자를 했던 머니마켓펀드(MMF) 등이 큰 타격을 입었다. 심지어 MMF 투자에 올인했던 미국 오렌지카운티는 1994년 12월에 15억달러의 손실을 떠안고 파산위기에 몰리기까지 했다. 이 같은 금리인상은 신흥국에서의 글로벌 투자자금 인출을 불렀고 이는 멕시코 경제위기, 나아가 아시아 국가의 위기로 이어졌다.

물론 이제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미국의 출구전략은 과거보다 좀 더 질서정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상 속도 역시 점진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각종 파생금융상품 등이 난마처럼 얽힌 현재의 금융시장 환경은 과거보다 한층 복잡하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들이 또 다른 쇼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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