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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 영웅전] 박영훈의 판정

제9보(122~135)



뒤늦게 검토실에 나타난 박영훈9단. 대충 모양을 훑어보더니 끌끌 혀를 찼다. "와 이리 고통스럽지?"(박영훈) 콩지에의 비관적인 형세에 대하여 동정심에 찬 한마디였다. 백30은 반상 최대의 끝내기. 앞서 말한 대로 하변에는 흑이 참고도1의 흑1로 두어 백을 괴롭히는 수단이 있었다. 흑3으로 잇는 것도 선수이고 계속해서 흑5, 7까지도 선수가 되는 자리. 흑35는 이런 모양에서 집을 만드는 요령이다. 박영훈이 참고도2의 백1 이하 6을 그려놓고 말했다. "너무 많이 차이가 나네."(박영훈) 대략 반면 20집은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었다. 박영훈의 판정이 떨어지자 대부분의 기사들은 검토에서 손을 떼었다. 전에는 이창호의 계가가 가장 권위가 있었는데 요즈음은 변했다. 박영훈의 계산이 이창호를 능가한다는 것이 청소년 기사들의 인식이다. 실제로 박영훈은 반집을 어는 편이 이기는지까지 정확하게 읽어낸다. 아직도 수십 군데 둘 자리가 있는 상태에서. 몇몇 기자들은 응수타진이라는 개념을 놓고 활발한 담론을 벌이고 있었다. "응수타진이란 것은 포커의 선제 베팅과 같은 거야. 상대의 패를 읽기 위한 일종의 전파발신이지. 패가 센 놈은 즉각 반응이 오지. 곱배기로 레이즈가 날아오는 것이지. 고재희8단은 그런 경우에 미련 없이 죽어버리더라고. 차민수4단은 홀덤의 고수인데 언제나 선제 베팅으로 상대방의 패를 읽는데 그 정확성이 발군이야." 프로기사들은 대개 포커도 프로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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