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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피부에 와 닿는 경제정책을
입력2007-12-21 17:14:26
수정
2007.12.21 17:14:26
‘결혼수당 1억원, 출산수당 3,000만원, 수능 폐지, 유엔본부 판문점 이전…’
지난 대선 때 허경영 경제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내건 공약들이다. 황당하지만 반응은 의외였다. 투표일인 19일 하루에만 허 후보의 미니홈피에는 2만8,000명이 다녀갔고 한 포털 사이트에는 팬 카페가 3개나 만들어졌다. 인터넷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보다도 더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기도 했다. 0.4%(9만6,000명)의 지지율로 대선이 막을 내린 후 허 후보 미니홈피에는 “5년 뒤에 또 만나요”라는 글이 쇄도했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허 후보에게 유권자들은 왜 뜨거운 관심을 보였을까. 단순히 재미있어서 일까. 아니면 물고 뜯는 정치에 질린 유권자들의 마음이 표현된 것일까.
한 번 깊이 생각해보면 허 후보의 공약이 황당했지만 유권자의 관심을 끈 것은 먹고 살기 힘들어 하는 서민들의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거창한 공약보다는 당장 내년에 오를 밀가루 값이 걱정인 남대문시장 칼국수집 아줌마에게는 허 후보의 공약이 실현 불가능해도 속은 시원했을 것이다.
유통시장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지금 너무 춥다. 예년 같으면 크리스마스, 연말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남대문 시장 상인들은 하루 종일 곁 불만 쬐고 있을 정도로 손님이 없다. 내년에는 소비심리가 살아날 거라는 장미빛 전망이 나오지만 얼어붙은 상인들의 체감경기는 쉽게 녹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허 후보의 인기에서 보듯 유권자들은 거창한 공약이 당장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내 주머니 속 사정이 좀 나아지기를, 장사가 잘 되기를 바랄 뿐이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려면 우선 몸으로 느끼는 소비가 살아나야 한다. 소비회복은 시장에 활기를 주고 돈을 돌게 해 기업이 이익을 올리고 직장인이 더 많은 급여를 받아 다시 소비를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할 일 많은 대통령 당선자에게 작은 부탁을 하고 싶다. 지지를 호소하며 찾았던 남대문 시장을 이제는 대통령 당선자로서 다시 찾아 달라고. 표만 받고 돌아서는 정치인이 아니라 정말 서민들이 원하는 게 뭔지 다시 한 번 듣고 피부에 와 닿는 경제정책을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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