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태 여파로 소비위축이 이어지면서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의 절반에 가까운 자영업자와 생계비 대출에 허덕이는 취약계층에 타격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의 가계부채 조기경보시스템에 따르면 앞으로 3개월간 가계부채 추이가 지난해 말까지 개선되고 있다가 최근 정체상태로 돌아섰다. 이는 세월호 여파가 반영되기 전에 이미 가계부채 환경이 나빠졌음을 뜻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정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월호 여파로 취약계층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 채무상환능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부진→자영업자 타격→가계부채 악화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가계부채는 투자를 위해 대출을 받은 고소득자와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저소득자 간 간격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부터 고소득자는 원리금을 갚기 시작했지만 그 이하 소득자의 채무상환능력은 더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비위축과 경기침체가 더해지면 고소득자는 대출을 줄이지만 중산층이 많은 자영업자와 저소득자는 수입이 줄어들어 오히려 대출을 늘리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계부채 중 자영업자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43.6%에 달하고 가구당 가계부채도 1억16만원으로 임금근로자 가구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저소득층 역시 가계대출을 받은 절반 이상이 대출기한 내 상환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월호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면 자영업자는 물론 소득이 낮아 채무상환능력이 약한 저소득층이 영향을 받는다"면서 "자영업자는 창업과 운영자금, 저소득층은 생계비를 대출 받았는데 앞으로 기존 대출을 갚기 위한 추가대출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가계부채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마저 아직 실효성을 보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금리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고정금리) 원리금을 나눠 갚는 (분할상환)구조의 은행 주택담보대출상품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은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책이어서 자영업자나 저소득층에 직접 영향을 주기 어렵다. 김 연구위원은 "고정금리 분할상환대출이 활성화되면 지표상에 나타나는 가계부채의 규모는 줄어들면서 겉으로 안정화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저소득층의 생계형 대출의 질적 악화와는 직접 관련이 적고 결국엔 소득이 늘어나야 해결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시중은행들의 고정금리 분할상환 구조의 주택담보대출상품 출시도 뜸한 편이다. 그 밖에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시중은행이 장기간 저리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 이중상환청구권부사채(커버드본드) 역시 도입 한 달째인 현재까지 발행한 은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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