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미술 큐레이터를 준비했는데 개인적으로 만화를 더 좋아해 직종을 바꿔 만화 큐레이터를 하게 됐지요. 큰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은 아니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빠지게 되는 매력적인 직종이에요." 정학진(33)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기획팀 PD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십여명의 만화 큐레이터 중 한명이다. 만화 큐레이터는 미술관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미술 큐레이터와 비슷한 일을 하지만 그 대상은 다르다. 만화 큐레이터는 출판만화, 디지털 만화, 온라인ㆍ모바일 만화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정적인' 모든 만화를 기획, 전시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정 PD는 "미술관에서 하는 전시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큐레이터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만화 관련 전시는 규모가 훨씬 더 큰 행사라서 어려 명의 만화 큐레이터가 맡아서 한다"며 "전체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의 협력이 행사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처음 만화 큐레이터 일을 시작한 것은 1997년. 당시에만 해도 만화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은 거의 전무했을 정도로 걸음마 단계였다고 한다. 정 PD는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했지만 그림과 만화가 좋아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 과정을 수료한 뒤 '동아LG국제 만화페스티벌'에서 7년 동안 만화 큐레이터로 일했다. 그는 2005년 '부천만화 정보센터'에서 1년 동안 근무한 뒤 2006년부터 SICAF에서 전시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정 PD는 "만화 큐레이터라는 직종은 1995년 처음 SICAF가 열리면서 그 개념이 처음 도입됐다"며 "당시 만화가 선생님들과 대학 교수님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만화 전시회를 꾸렸기 때문에 그 분들이 1세대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 자신은 1.5세대 또는 2세대에 해당한다는 게 정 PD의 말이다. 그는 후배들에게 만화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한 번쯤 도전해 볼만한 직업이라고 적극 추천했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일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봐요. 행사 준비를 할 때는 오픈 날짜가 다가올수록 날밤을 새워가면서 일 하지만 전시가 화려하게 막을 올리고 시작되면 힘들었던 것을 다 잊게 되지요." 정 PD는 요즘 SICAF에서 제3회 국제디지털 만화 공모전을 기획, 총괄해 준비 중이다. "기존의 오프라인 만화 전시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디지털 만화 전시회는 많지 않아요. 참신한 신진 작가의 만화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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