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최주영 부장판사)는 근로복지공단에 근무하던 조모씨가 "육아휴직 급여를 산정하면서 기본급과 자격증수당만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것은 잘못"이라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북부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고용보험법은 근로에 대해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지급하는 통상임금의 40%를 육아휴직 급여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통상임금이 어디까지 포함되느냐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노동청은 상여금과 장기근속수당, 급식ㆍ교통보조비, 맞춤형복지카드 등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해 왔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행정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상여금을 연봉제 적용 대상 직원을 제외한 모두에게 기본급의 50%씩 나눠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이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같은 기준으로 장기근속수당과 급식ㆍ교통보조비, 맞춤형복지카드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봤다.
법원은 통상임금 여부를 판단할 때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고정적이고 평균적인 임금이 지급되느냐를 따져본다. 통상임금 소송의 대표적 판례가 된 금아 리무진 관련 대법원 판결도 같은 맥락이다. 법원 한 관계자는 "상여금 등의 명칭과 관계없이 근로자의 실적에 따라 금액이나 지급여부가 달라지지 않고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면 원칙적으로 모두 통상임금"이라며 "상여금이나 장기근속수당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느냐 여부는 사업장 마다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통해 '통상임금은 시급과 일급, 주급, 월급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하며 상여금이나 장기근속수당 등 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 박고 있다. 아울러 고용부는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법원 판례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난 1990년 이후 20년 넘게 고수해 온 지침을 바꾸지 않았다.
지난 8일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댄 애커슨 GM 회장과 만나 통상임금 문제를 언급한 후에야 비로소 노사단체들과 통상임금 산정 방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 한 관계자는 "통상임금 문제는 노사정간 협의를 통해 타협 방안을 만들 수 있지만 이를 토대로 법을 개정해도 현재 진행 중인 소송까지 소급 적용할 수는 없다"며 "지금 소송 중인 한국GM 등의 고용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통상임금 관련 소송은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파악한 것만 해도 60여 건에 이른다. 대법원에 계류중인 사건만 최소 11건에 이르며 행정처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소송 건까지 합치면 100건은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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