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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대리권 여부를 놓고 변호사업계와 변리사업계가 극한으로 대립하고 있다. 변리사 측은 특허법원 사건 대리에 이어 특허사건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변호사와 같은 대리권을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변호사 측은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의 심결취소소송과는 차원이 다른 민사소송에 법률전문가가 아닌 변리사가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맞서고 있다. 현재 특허침해소송에서 변호사와의 공동대리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있지만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입장 차가 큰데다 최근의 로스쿨제도 도입에 따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어 결론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해석논란 '변리사법 8조'가 다툼의 핵심=변리사업계가 특허침해소송에 대리권을 요구하는 근거는 변리사법 8조에 있다. 변리사법 8조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민사소송법 제87조는 "법률에 따라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 외에는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고 제시돼 있다. 이를 두고 변리사 측은 "변리사법에 따라 특허와 연관된 소송은 대리권이 있으며, 지적재산권ㆍ민법ㆍ민사소송법 등도 변리사시험 과목에 들어있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해 법률적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변호사업계는 "변리사법은 특허법원 사건에만 한정해 대리권을 인정한 것이며 민사소송법상 특허에 연관된 사건이라도 민•형사 사건까지 법률전문가가 아닌 변리사에게 대리권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주면 법무사•관세사•노무사•손해사정사 등 법조 유사자격자 모두에게 해당 사건 대리권을 인정하는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지난해 실제 법원재판에서 변리사가 대리인으로 출석해 논란이 된 이른바'백남준아트센터'상표권 침해 사건에서 서울고법은 변호사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이 특허 등에 관련된 모든 종류의 민•형사 소송에서 허용되는 지는 명백하지 않다"며 "변리사법의 연혁적•체계적 측면과 입법자의 의사를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연혁적으로 변리사는 특허법원 창설 이후부터 특허법 등에서 규정하는 '심결 등에 대한 소송'에 대리권이 한정됐고, 체계적으로도 소송대리 자격이 변호사법에 비해 훨씬 간소하게 마련된 변리사법상 민사본안소송 대리권을 허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7년째 표류중인 변리사법 개정안은 표류=특허침해소송의 공동대리권을 명시한 변리사법 개정안은 각 업계는 물론 국회에서도 격론을 거듭하며 7년째 심의중이다. 2004년 이공계 대학의 국회청원으로 시작된 변리사 공동대리안은 2006년 개정안이 처음 발의됐지만 17대 국회임기가 끝나면서 자동폐기됐고, 18대에 이르러 다시 발의됐다. 지난 2008년 11월 이종혁의원(한나라당)이 대표 발의한 제안 이유에 따르면 특허처리능력이 발달한 독일에서는 변호사와 변리사의 공동대리가 허용되며, 영국도 법정변호사(Barrister)와의 공동대리가 가능하다. 아울러 특허침해소송은 특허기술의 이해와 사실확인이 판단의 핵심으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와 기술전문가인 변리사가 상호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허청과 변리사협회는 선진국에서 특허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변리사의 소송참여를 인정하고 있고, 지식재산권 강화 측면에서 산업계는 물론 과학계에서 모두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국회 일부 의원은 물론 변호사업계는 변리사의 소송 참여가 오히려 지적재산권을 강화하지 못하고, 유사직역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등 문제만 키울 것이라고 반박한다. 또 선진국에서 인정하는 대리권은 구두진술권 정도에 그치며 감정인이나 증인에 지나지 않아 실질적으로 변호사가 대리의 중심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3월 열린 국회 법제사법소위는 2년 만에 변리사법개정안을 심의하면서,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에는 모두 공감했지만 국회의원들의 추가심의 필요성과 반대의견이 나오면서 재심의 결정이 내려졌다. 이때 출석한 이수원 특허청장은 "외국과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요계인 산업계와 경제계가 요구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중앙회ㆍ상공회의소ㆍ공학한림원 등이 청원을 내고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원하고 있다"며 해외사례 등을 감안해 통과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로스쿨'도 변수=특허청에 소속돼 특허심판원의 1•2심과 대법원 법률심만 인정됐던 변리사의 대리권은 지난 1994년 특허법원의 탄생과 함께 업무영역이 실질적으로 넓어졌고,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변리사 자격가치도 더욱 상승하고 있다. 이같은 변리사의 업무영역 확대와는 별개로 로스쿨의 탄생은 변리사 소송대리권 여부에 또 하나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개정안을 심의 중인 국회도 로스쿨 도입으로 변리사의 대리권을 쉽게 인정해주긴 어려운 상황이다.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지닌 전문적인 법률가를 육성하겠다는 로스쿨제도 도입 취지에 따라 이•공계 인재들이 로스쿨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선발된 6,000여명의 로스쿨생 중 이공계열은 16.55%(988명)에 이른다. 이들은 잠재적으로 특허관련사건 변호사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춘석 의원(민주당)은 "로스쿨제도가 생기면서 법률가 양성체계가 바뀌고 있다"며 "공과대출신이 들어오면 이를 커버할 가능성도 있어 그런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야 된다"고 말했다. 주성영(한나라당) 의원도 "변호사직역 문제는 입법적•사회적인 측면에서 결단을 해야 한다"며 "로스쿨이 도입된 상황에서 변리사만 인정해주는 것은 곤란하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전국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는 지난 12일 성명서를 내고 "변리사가 특허침해소송을 대리하기 위해서는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로스쿨제도의 근본 취지"라며 "이공계와 디자인계 등 다양한 영역의 인재들이 특허분쟁에서 역할을 할 기회를 갖기도 전에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통과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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