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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정상회담] 당일치기 푸틴 8개 일정 강행군

연설도중 "독감 조심하세요" 농담… 환영인파 보이자 차에서 내려 악수<br>푸시킨 동상 제막식 참석·바랴크호 추모비 방문 등 한·러시아 깊은 인연 강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 오전3시30분께 한국에 도착해 같은 날 오후9시께 러시아로 돌아갈 때까지 총 18시간여 동안 8개 일정을 소화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 마련된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푸틴 대통령의 첫 번째 일정은 ‘제6차 한∙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였다. 푸틴 대통령이 특별연설을 위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회의실에 들어서자 한덕수 무역협회 회장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을 비롯한 한국과 러시아 기업인 350여명이 박수로 맞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흰 물방울 무늬로 장식된 남색 넥타이를 맨 검은 정장 차림으로 연단 앞에 섰다.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협력에 관한 연설을 하던 중 재채기가 나와 연설을 잠시 중단하게 되자 “한국에 와서 마스크 쓴 사람만 본 이유를 알겠다. 한∙러 경제인들 독감 유행 조심하세요”라고 여유 있게 농담을 건네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후 정오께 롯데호텔을 나와 청와대로 이동하던 중 대한삼보연맹 관계자들을 만나 악수를 청하며 격려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한삼보연맹 관계자 50여명이 현수막을 들고 환영의 뜻을 밝히자 차량에서 내려 악수를 먼저 청하며 인사를 나눴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삼보연맹(FIAS) 명예회장을 맡을 정도로 러시아 전통무술인 삼보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태권도연맹으로부터 명예 9단증과 도복을 받고 그는 “앞으로 러시아에서 태권도 발전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은 당초 예정된 시간인 오후1시보다 30분 늦은 오후1시30분께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붉은색 상의에 잿빛 정장바지를 입고 청와대 본관 현관에서 푸틴 대통령을 영접했다. 지난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첫 번째 한∙러 정상회담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을 가진 두 정상은 서로 미소 지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 우리 측 수행원들과도 악수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오늘 새벽에 도착하셔서 피곤하실 텐데 푸틴 대통령께서 워낙 건강하셔서…”라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두 정상은 오후3시40분까지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진행한 뒤 오후4시5분부터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81명의 참석자들과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는 박 대통령이 ‘한 손으로는 매듭을 풀 수 없다’는 러시아 속담을 인용해 “한ㆍ러 양국이 소통과 신뢰의 폭을 더욱 넓혀가며 함께 새로운 유라시아 시대를 여는 동반자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건배를 제의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푸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의 공식 일정을 마친 후 이한하기 전까지 러시아에 의미가 깊은 행사들을 챙기는 시간을 가졌다.

일단 서울 롯데호텔 앞에 세워진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동상 제막식에 참석했다. 또 한∙러 대화 KRD(korea-Russia Dialogue) 포럼 폐막식에도 참석했다.

이어 2009년 인천 중구 연안부두에 세워진 ‘바랴크호 추모비’를 방문해 참배하는 일정을 가졌다. 바랴크호 추모비는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 해군과 전투를 벌이다 항복 대신 자결을 선택한 러시아 바랴크호 승조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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