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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생긴 거대한 종양으로 고통받던 아프리카 소녀가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과 한양대병원의 도움으로 국내에서 무사히 수술을 받고 희망을 되찾았다.
16일 기아대책에 따르면 잠비아 국적 찬사 멜리사(14)양은 두 살 무렵부터 왼쪽 눈 피부가 흘러내리는 질환을 앓았다. 병명도 알 수 없는 질환 때문에 멜리사양은 부모에게 버림받아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12살 무렵 흘러내린 피부로 막힌 왼쪽 눈에 백내장이 진행됐으며 왼쪽 발도 함께 부어올라 신발도 신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멜리사양에게 희망의 빛줄기가 내려왔다. 기아대책의 희귀질환 치료 프로그램 대상으로 선정된 것이다.
지난해 4월 잠비아 루사카대병원에 갔지만 치료를 미룬 탓에 결국 한국 땅을 밟게 됐다.
치료를 맡은 한양대병원 성형외과 김정태 교수는 멜리사양의 상태를 '신경섬유종증'으로 진단하며 "수술 시기를 놓쳐 커진 종양이 눈 주변을 감싸고 있어 가만히 두면 안구 적출을 해야 하고 암으로까지 변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지난달 29일 멜리사양은 수술대에 올라 10시간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안구 적출은 피했으며 얼굴 종양은 모두 제거됐다. 허리의 피부를 떼 종양 제거 부위를 덮는 피부 이식 수술도 성공적이었다.
의식을 찾은 멜리사양은 곁을 지키는 할머니에게 "수술을 받을 수 있어 고맙다"는 말을 가장 먼저 했다고 한다.
퇴원을 앞둔 멜리사양은 "성형외과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며 고국에 돌아가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들떠 있다.
멜리사양의 수술비 가운데 50%는 한양대병원에서 부담했지만 남은 치료비와 항공비 2,000여만원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기아대책 관계자는 "모자란 비용은 기아대책 긴급의료 지원기금으로 충당하게 되며 앞으로 다시 모금을 통해 기금이 쌓이면 또 다른 어려움에 빠진 이들을 지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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