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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5월 26일] 남유럽 위기의 짙은 그림자

모든 경제위기는 통화가치의 하락을 동반한다. 우리의 외환위기를 생각해보자. 당시 원ㆍ달러 환율은 위기 전 달러당 800원대에서 2,000원에 육박할 정도로 폭등했다. 우리뿐이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경제위기를 겪었던 국가들은 모두 통화가치 하락을 경험했다. 지난 1992~1993년의 유럽통화시스템(European Monetary System) 위기, 1994년 멕시코 경제위기, 1997년 동아시아 위기, 1998년 러시아 경제위기, 2006년 아이슬란드 위기 등이 모두 그랬다. 재정긴축안 성공은 의문시 경제위기를 겪는 국가들은 위기극복을 위해 다양한 '양적 완화' 정책을 구사한다. 정부 재정지출 확대, 채권 매입, 채무보증 확대, 타국이나 국제기구로부터의 자금차입 등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결과적으로 통화량 팽창으로 이어지고 이는 필연적으로 해당국 통화의 가치하락으로 이어진다. 위기극복 역시 통화가치 하락에서 온다. 자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지고 이에 기반해 경기가 회복되는 것이다. 우리 역시 외환위기 당시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크게 늘었고 이에 기반해 위기를 극복했다. 유럽의 경제위기 역시 비슷한 경로를 밟아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로존에서 나온 각종 위기대응책들은 하나같이 통화량 확대를 낳을 수밖에 없는 양적 완화에 기반한 정책들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정책들은 유로화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에 기반해 유로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문제는 유로존의 각종 지원조치와 유로화 가치하락만으로 유럽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 하는 점이다. 최근 유로존 국가들의 위기는 재정위기에 기반하고 있다. 자신들의 경제적 능력에 비해 연금, 각종 복지 등 재정지출을 과도하게 확대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유로존의 여러 나라들이 각종 재정긴축안을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재정긴축안의 성공 가능성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재정긴축이라는 것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을 수 없는 인기 없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실제 재정긴축을 추진하고 있는 유로존의 여러 정부가 최근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하면서 재정긴축의 추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하지만 재정긴축에 성공한다 해도 이것이 반드시 건전재정의 회복과 경제위기 극복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재정긴축이 버블붕괴와 장기불황 등 복합불황으로 이어지면서 경제를 오히려 더욱 악화시키고 이로 인해 정부 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일랜드의 경우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강력한 긴축재정을 시행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해 위기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 등 세계경제는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 금리를 더 낮추고 돈을 풀어도 경기부양 효과를 볼 수 없는 단계인 셈이다. 만약 여기에 재정긴축까지 더해진다면 일본의 장기불황처럼 버블 붕괴와 장기불황이라는 복합불황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복합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 물론 그리스ㆍ스페인 등이 유로존을 탈퇴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자국통화 사용으로의 복귀 등은 그리스 통화의 대폭적인 폭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통해 그리스가 수출경쟁력을 회복하면서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추동력을 얻을 수 있지만 대신 잃어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통화가치가 절반으로 폭락하면 그리스의 대외적 채무는 하루아침에 2배로 늘어난다. 반면 그리스의 달러표시 국부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대외신인도가 급락하면서 외자 탈출사태와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사태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이나 채무재조정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이는 그리스에 돈을 빌려준 유럽ㆍ미국 금융기관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져 세계 금융공황을 불러올 수 있다. 결국 앞으로 유로존 위기는 그리스ㆍ스페인 등이 유로존을 탈퇴하지 않는 현 상태가 지속되면서 재정긴축으로 장기 복합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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