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가 막바지에 다다른 듯 세계 주요 국가들이 저마다 출구전략을 세우기에 한창이다. 전 세계를 동시에 위기로 몰아넣은 부동산 버블은 모두 꺼지고 정리가 된 것일까. 원인분석이 끝났다면 해결책은 마련되고 있는 것일까.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마크 파버 글룸붐앤둠 리포트 발행인 등과 함께 ‘월가의 비관론자 3인방’으로 불리는 로버트 쉴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8월 29일자 뉴욕 타임스의 사설에서 “정부와 언론은 반짝 상승하는 주식시장을 대서특필하면서 경기가 완전히 회복한 것처럼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며 “경기가 아직 불안한데도 불구하고 경기활성화를 예단하면 시장과 경기 회복이 더 빨리 진전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자신감이 사회에 만연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진행중인 경기침체가 임시변통식 정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섯부른 기대를 퍼뜨리면 더 큰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쉴러 교수는 신간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주택 버블의 원인을 행동경제학 차원에서 분석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대책도 함께 내 놨다. 인간은 합리적인 이해관계가 아니라 동물적인 충동에 따라 경제활동을 한다는 전제로 경제 주기를 분석한 ‘야성적 충동’(조지 애커로프 공저)을 쓴 그는 주택 거품의 원인도 인간의 심리에서 찾는다. 핵심은 ‘시장 심리의 전염성’이다. 주택가격이 치솟으면 사람들은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사야 돼 더 오를 거야’라며 추가 상승을 기대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면서 기대감은 점점 퍼지고 여기에 언론은 불같이 번지는 전염성에 기름을 붓는다. 또 특정 도시 혹은 고급 아파트에 산다는 자부심은 다른 지역민의 부러움을 산다는 믿음도 부동산 열기를 부추기는 심리다. 우리의 ‘부동산 불패론’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믿음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주택은 차입금 의존율이 높아 부동산 가운데에서도 리스크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저자는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빗나가는 시장 심리를 바로잡는 것은 개개인이 아니라 체계화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금융 민주주의’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시스템 정비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설명이다. 골자는 정부는 주택가격 하락을 막는 대신 국민의 재무관리를 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그가 제안하는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모두를 위한 재무 상담서비스 ▦소비자를 위한 금융 감시 기구 ▦디폴트 옵션 금융 계약 ▦접근성 높은 금융정보 고시 ▦통합 금융DB ▦물가연동 기축 통화 등 ‘정보 인프라’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는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현실 경제의 눈으로 접근한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대목이 없지 않다. 하지만 세상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대변혁의 시대다.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해묵은 이론과 정책으로는 쓰나미처럼 밀어닥친 오늘날 경제의 복잡한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저자의 해법이 신선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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