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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정치권이 20일(현지시간) 우여곡절 끝에 새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새 연정의 총리는 안토니스 사마라스(사진) 신민당 당수가 맡게 됐다. 하지만 새 정부 앞에 놓인 과제들이 만만치 않아 국정운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사마라스 신민당 당수는 이날 연정구성을 위해 민주좌파ㆍ사회당 당수와 잇따라 회동을 가진 후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에게 연정 구성 협상을 타결했다고 보고했다. 지난 17일 2차 총선 이후 그리스 정치권이 연정 구성 협상에 나선 지 3일만이다.
사마라스는 이날 대통령에게 "생존 가능한 정부를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으며 이후 총리 관저로 자리를 옮겨 "그리스가 어려움에서 벗어나도록 이끄는 정부가 돼 신뢰를 되찾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새 정부는 오는 21일 새 내각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리스의 새 연정에는 제1당인 신민당을 비롯해 사회당ㆍ민주좌파 등 3당이 참여하게 된다. 3당은 신민당 129석, 사회당 33석, 민주좌파 17석을 합쳐 그리스 의회 전체 300석 중 179석을 확보해 안정적 과반을 차지하게 됐다.
그리스 정치권이 마침내 새 연정을 구성했지만 사마라스 총리와 새 정부의 앞날은 험난하다. 난제가 첩첩산중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과제는 내년까지 이행해야 할 110억유로 규모의 재정삭감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문제는 재정삭감을 위한 공공서비스 축소와 연금상한선 조정 등이 그리스인들의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정책이기 때문에 반발에 부딪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새 정부는 유럽연합(EU)ㆍ유럽중앙은행(ECB)ㆍ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와 긴축조건을 완화와 목표 기한 연장 등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정치권에서는 조건 없는 구제금융을 얻어낸 스페인과 달리 그리스의 구제금융 조건이 가혹하므로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긴축재정에 염증을 느낀 그리스 국민들도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사회당 당수도 이날 "우리는 구제금융 프로그램 완화와 성장정책으로의 전환을 위한 첫 장이 될 유럽 정상회의를 위해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말해 새 정부가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또 재총선에서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른 급진좌파연합(시리자)도 새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변수다. 2009년 선거에서 4% 정도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던 시리자는 이번 총선에서 27%를 얻었다.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는 "강력한 야당이 돼 주요 사안에 대해 정부가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공언했다.
연정을 구성한 신민당과 사회당의 오랜 갈등도 새 정부에 해가 될 수 있다. 그리스 신문 카티메리니의 편집장 니코스 콘스탄다라스는 "지난 수십년 동안 신민당과 사회당은 그리스 정치권에서 적의를 드러냈다"며 "새 연정은 매우 취약한 동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재무장관직을 게오르게 자니아스 현 과도정부 재무장관이 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베니젤로스 당수는 이날 21~22일 룩셈부루크에서 열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및 EU 재무장관회의에 자니아스가 참석할 예정이며 관련 논의를 위해 연정에 참여하는 3당 대표가 이날 자니아스를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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