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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민족 대명절인 설 연휴는 모여 앉은 가족이 다 함께 우리 고유의 문화를 들여다보고 만끽하기에도 좋은 때다. 마침 전국의 국립박물관을 비롯해 국립국악원, 미술관 등이 다채로운 문화 체험 행사를 마련했다. 미처 몰랐던 흥미로운 우리 유물, 음악, 춤 등을 경험하면서 한류로 뻗어 나가고 있는 우리 문화의 뿌리와 정체성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다.
◇박물관 전시보고 북청사자 얼쑤=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과 지방 소재 12개 국립박물관은 설 연휴에도 문 닫는 날 없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특히 18일부터 22일까지는 문화공연과 전통놀이체험, 가족 영화상영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19~ 20일 양일 간 북청사자놀음의 진수가 펼쳐진다. 1,5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중요무형문화재 제15호인 북청사자놀음은 잡귀를 물리치고 집안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함경남도 북청지방의 전통 민속놀이로 정월초하루인 설날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공연이다. 이번 공연은 북청사자놀음보존회가 맡는다. 박물관 전시실은 역사의 향기로 넘쳐난다. 특히 최근 새 단장 한 조각·공예관의 금속·공예실은 금·은·동·철로 만든 다양한 유물을 선보이는데, 지배자의 권위를 상징했던 고대의 금속공예품이 고려와 조선시대에 일상생활 용품으로 사용 범위가 확대되고 미의식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상설전시실마다 시대상을 보여주는 전시들이 진행 중이며, 특별전으로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 '빛의 예술, 보헤미아 유리' 등 외국의 문명도 맛볼 수 있다. 전국의 12개 지방 소재 국립박물관에서는 국립경주박물관의 '전통놀이체험',국립광주박물관의 '부적찍기 체험',국립전주박물관의 '전통공예품만들기', 국립진주박물관의 '십이지신 탁본체험',국립청주박물관의 '가족영화상영',국립춘천박물관의 '청소년 연극 토끼와 포수',국립제주박물관의 '복조리 증정' 등 다양한 설날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양(羊) 만나고 행운 받으세요=경복궁 동쪽 입구로 들어가 마주하게 되는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을미년 양의 해를 맞아 기획전시실에서 '행복을 부르는 양' 특별전을 열고 있다. 양은 순하고 어질며 참을성이 있는 동물로서 평화롭고 행복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졌기에 생활용품에 쓰인 양 무늬는 행복과 행운의 지킴이로 활용됐다. 이에 양의 이미지를 활용한 '한지 사각 쟁반 만들기'와 '복스럽고 탐스런 양 인형 만들기' 등의 민속체험이 마련됐고 '양들의 쉼터'로 꾸며진 관람객 휴게실도 즐길 수 있으며 양띠 관람객은 선착순으로 복주머니를 받을 수 있다.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설맞이 특별공연도 실속있다. 설 당일인 19일 오후 1시에는 타악의 역동적 리듬과 전통무용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뿌리패예술단의 공연이, 3시에는 농악을 통한 어울림 한마당인 '단심줄 놀이와 함께하는 전통연희 한마당'이 펼쳐진다. 이어 20일에는 '오산오미걸립농악과 풍류한마당'과 북청사자놀음 전 과정을 보여주는 '새해를 여는 사자춤'이 마련됐고 21일에는 한푸리 국악관현악단의 '희희락락' 공연, 광개토 사물놀이단의 '무브먼트 코리아'가 펼쳐진다.
◇우리 국악 '의기양양'=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바로 옆에 위치한 국립국악원은 설 당일인 19일과 20일 양일 오후 4시 예악당에서 국악공연인 '의기양양'을 개최한다. 설 명절의 의미와 풍경을 찾아가는 이번 공연은 어린이 음악극 '오늘이'를 통해 사랑 받아온 주인공 '오늘이'(민속악단 강효주)와 '내일이'(무용단 박성호)가 출연해 극을 이끌어 간다. 웅장한 국악관현악을 중심으로 흥겨운 민속춤과 국악 동요, 신명나는 연희 등 다양한 장르의 국악을 한번에 즐길 수 있다. 아시아 지역의 민요만 모아 국악관현악곡으로 새롭게 편곡해 초연하는 '아시아민요기행'은 고향을 떠나온 외국인 근로자 가족과 학생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공연 후반부에는 '명절 동요 배우기'와 무용단의 '창작무용극', 신명 나는 '소고춤', 민속악단의 '판굿'이 한데 어우러지며 설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며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공연관람은 전석 1만원이며 관객 모두에게 한해의 덕담을 담은 복주머니가 증정된다. (02)580-3300
◇전통이 공존하는 미술관 한바퀴=국립현대미술관(관장 직무대리 윤남순)은 설 연휴 내내 과천관,서울관,덕수궁관을 정상 개관한다. 특히 과천관에서는 20~21일 양일간 전통예술공연단 타투(TAT'TOO)의 태평소 시나위 연주와 함께 미술관 곳곳을 돌아보는 길놀이 형식의 '을미년, 다 같이 돌자 미술관 한바퀴'를 진행한다. 이곳 야외조각공원에서는 관람객과 연주자가 함께 즐기는 풍물놀이와 대동놀이도 예정돼 있다. 서울관은 18일 멀티프로젝트홀에서 '오~락(樂)콘서트'를 열고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팝 그룹 '락(RA:KK)어쿠스틱'이 판소리 '심청가'를 선보인다. 이와 함께 무용수 김보경과 탭댄서 김승환의 퍼포먼스, 전통 악기에 대한 소개 등이 진행된다.
◇'춘향'과 미리 만나는 봄=세종문화회관이 운영하는 전통문화예술 복합공간인 성북동 삼청각은 봄을 미리 부르는 설맞이 특별공연 '진찬'을 19, 20일 양일 낮 12시에 진행한다. 이번 공연은 친숙한 판소리 춘향가를 주축으로 경기민요와 재담, 판소리를 새롭게 재구성해 흥겹고 재기발랄한 신세대 '춘향(春香)'으로 선보인다. 인간문화재 이춘희 명창과 제자인 신세대 소리꾼 이희문을 통해 춘향의 이야기를 다룬 경기잡가 '소춘향가', '형장가' 등과 전통 판소리 '춘향가'를 경험할 수 있다. 곡들은 음악감독 이태원이 편곡을 맡아 전에 없던 신선한 감동을 전한다. 삼청각 설 공연에는 품격있는 한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특선메뉴가 별미로 제공되며 설 선물로 준비한 수제 한과도 소소한 즐거움을 더한다. (02)76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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