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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세계은행 총재 지명] 개도국 질병퇴치 앞장… 봉사·헌신 정신에 포용력 겸비

■ 김용 총장의 리더십은<br>80년대 아이티 방문 계기로 사회참여적 의학자 길 결심<br>모친도 사회정의 심어주려고 이황·킹 목사 얘기 자주 들려줘<br>"한국인으로서 매우 자랑스럽다" 모국에 대한 사랑도 한결같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을 세계은행(WB) 총재로 깜짝 추천한 이후 미국은 물론 해외에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지는 '이상적인 선택(the ideal choice)'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여기에는 김 총장이 의학자로서의 학문적 성과는 물론 개도국의 질병퇴치 등 사회참여적인 인도주의 활동을 이끌어왔다는 점에 비춰 앞으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 WB의 새로운 지평을 넓혀줄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

5세 때 치과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한인 1.5세대인 김 총장이 소수계의 한계를 딛고 아이비리그 최초의 아시아계 총장을 거쳐 WB 총재에까지 이를 수 있었던 데는 봉사와 헌신이 자리하고 있다.

아이오와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딴 그의 어머니는 김 총장에게 이황과 마틴 루서 킹 목사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며 사회정의를 위해 일하고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을 심어줬다. 이후 브라운대와 하버드 의대 시절에 사회정의를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한국에서 봉사하겠다고 마음먹고 한국어를 공부하기도 했지만 한국보다 더 도움이 절실한 나라들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학도로서 드물게 인류학공부에도 매진(1993년 인류학 박사학위 취득), 사회참여적인 의학자로서 길을 가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 1980년대 중반의 아이티 방문은 그의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그는 하버드대 교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이티는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토록 절망적인 상황이 있다는 것을 꿈도 꾸지 못했다. 빈국의 참혹한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김 총장은 하버드 의대 재학 시절, 동료 폴 파머 박사와 함께 '파트너스 인 헬스'를 공동설립해 페루와 러시아ㆍ말라위 등에서 결핵ㆍ에이즈ㆍ말라리아 등의 질병 퇴치활동을 펼쳤고 고(故)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자문관으로 활동하면서 2005년까지 300만명의 에이즈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자는 '3X5운동'을 성공시켰다.



그는 학생들에게도 봉사하는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김 총장은 2009년 취임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절박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다루는 데 열정을 갖고 세상을 바꾸자"라고 강조했다.

김 총장의 또 다른 리더십은 포용이다. 그가 다트머스대 총장에 선출된 직후 이 학교 재학생들에게 그를 중국계로 묘사하고 아시안에 대한 비하 발언이 담긴 정체불명의 e메일이 다량 발송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김 총장 내정자는 현 총장 앞으로 e메일을 보내 "다트머스대는 표현의 자유를 중히 여기지만 서로에 대한 존중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다트머스대 학생들은 아주 우수한 인재들이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다. 특히 젊을수록 실수하기 마련"이라며 감싸 안았다.

2009년 다트머스대와 하버드대의 스쿼시 경기 직후 다트머스 측 10여명의 팬이 하버드대 선수와 팬을 매춘부로 비유하는 등 성적인 야유를 퍼부어 문제가 되자 그는 드루 길핀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과 하버드대 운동부에 공개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모국에 대한 사랑도 한결같다. 2009년 3월 대학 총장에 선출됐을 때 그는 "아시아인으로 최초의 아이비리그대의 총장이라는 점에서 한국인으로서 매우 자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그해 9월 취임 때는 "한국인이 먹고 살기에 바빴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위대한 사회지도자를 배출하는 등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며 "한국도 이제 성공한 국가로서 과거 돈을 벌기 위해 의사나 변호사가 되려고 하던 교육관은 그만두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봉사하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말을 2년여 뒤 WB 총재로 실천하는 셈이 됐다.

김 총장은 한인 1.5세대와 2세대가 주축이 돼 설립한 비영리기구인 한미커뮤니티재단(KACF), 코리안아메리칸시민활동연대(KALCA) 등이 주최하는 행사에도 꾸준히 기부, 연설 등을 통해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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