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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홍우 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품만 고집하던 군, 업그레이드에 눈떴다

시가행진하는 K55A1 자주포.

군 장비의 도입에 새로운 기류가 뚜렷하다. 전차와 자주포, 장갑차에서 소총에 이르기까지 신제품을 구입하면 수명 연한이 다할 때까지 사용하고 다시 신제품을 들여오던 과거와 달리 기존 장비의 개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갈수록 장비 가격이 올라가는 반면 예산 증가 속도는 둔화하는 환경에 맞추기 위한 선택으로 전력을 증강하면서도 예산은 절감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육군은 이달 말 K2 전차를 전력화하면서 K1 전차의 아날로그식 통신장비를 전술C4I를 비롯해 피아식별장치·항법장치로 개조한 K1E1 전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K1 전차의 제식명에 추가된 E1은 '강화(Enhanced)한 첫 번째 형(型)'이라는 의미로 군은 K1 전차 보유량(1,207량) 전체를 K1E1으로 개조할 방침이다. 군은 기갑세력의 핵심인 K1A1 전차도 480량 전부를 오는 2026년까지 디지털 무선장비와 전후방 감시 카메라 등을 장착한 K1A2 사양으로 개조하기로 했다. A2는 두 번째 개량(Advanced)이라는 의미다. 육군은 장기적으로 1,700대의 K200 장갑차도 디지털 사양으로 개조, 운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K55 자주포도 전량 현수장치와 사격통제장치를 일신한 K55A1으로 개조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육군은 또한 국산 신형 K9 자주포도 개량해 2022년부터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개량형 K9 자주포는 제식명이 K9A1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육군은 K200 장갑차의 지휘소형 파생장갑차인 K277 지휘소차량도 K277A1으로 개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육군은 또 병사들의 기본화기인 K2 소총도 단축형인 K2C와 신축형 개머리판을 부착한 형태(가칭 K2A1)로 개조하려는 사업에 최근 착수했다.



군이 주요 장비의 업그레이드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예산절감과 전력증강 이외에도 오래된 장비의 경우 생산이 종료된 부품을 구하기 위해 다른 전차나 자주포의 부품을 빼서 끼워 넣는 이른바 '동류전환' 때문에 실제 가동 대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과 독일 등도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 생산된 주력전차를 3~7차례나 대폭 개조해가며 아직도 운용하고 있다. 백윤형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민간 정보기술(IT)의 발전속도가 빨라 장비 개조·개량시 원가절감과 성능향상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며 "개조를 통해 방위산업 신기술이 개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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