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세월호 유족들의 핵심 요구사항인 진실 규명과 보상 문제 등을 담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여야 합의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등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어 유족들을 애태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며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국가가 먼저 피해자들에게 신속히 보상하고 사고 책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즉각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겠다"며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정부 역시 후속 차관회의를 열어 '국가 선(先) 보상 후(後) 구상권 행사 특별법'과 '진상조사위를 포함한 특별법 제정'을 과제로 선정하고 지난달까지 이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수사권 부여와 국가의 보상책임을 놓고 국회 여야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특별법 제정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지지부진한 정부의 움직임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등 피해자 가족들은 14일부터 국회 본청과 광화문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고 23일에는 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는 염원을 담아 참사 100일째인 24일까지 이어지는 1박2일 도보행진도 벌였다.
미흡한 현행 재난안전 체계를 다시 짜기 위해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도 국회를 표류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국가직 전환을 꾀하는 소방직 공무원들과 세월호 구조 책임을 지고 해체 위기에 놓인 해경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야당은 소방방재청과 해경을 해제하지 않고 국가안전부 외청으로 설치하는 정부조직법을 대안으로 제시한 상황이다.
세월호 사고의 주요 원인이기도 했던 화물 과적을 막기 위해 해양수산부가 이달부터 추진하기로 했던 '여객선 과적 화물차량 선적 제한'도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해수부는 과적을 방지하기 위해 카페리에 싣는 화물차량의 무게를 일일이 재고 차량 적재중량의 10%를 넘는 화물을 실은 차량은 선적을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을 발표했지만 화물운송업계의 반대로 시행이 보류된 상태다.
이 밖에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주면서까지 사익을 추구한 기업에 엄벌을 내리기 위해 범죄자 본인뿐만 아니라 제3자 앞으로 숨겨놓은 재산까지 환수하는 입법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은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이달까지 내놓겠다던 '안전혁신 마스터플랜'도 현재로선 대략의 방향성만 겨우 잡힌 것으로 알려져 실제 계획은 내년 2월에야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후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진상 규명 등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라며 "특별법 제정이 이뤄지지 않고는 아무런 후속대책도 의미가 없다"며 특별법 제정의 중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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